"남북이 함께 만든 개성공단 최고 제품.. '작은 통일'을 사세요"

2015. 10. 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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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국 5곳에 '개성공단상회' 연 정기섭 조합이사장
[동아일보]
정기섭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이사장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개성공단상회 앞에서 웃고 있다. 이 가게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정 이사장은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철길 따라 세계로….”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의 한 상점 앞. 녹슨 철로가 놓여 있고 철로의 끝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남북이 통일해 서울에서 북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뚫리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이곳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개성공단상회’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남성 정장과 아웃도어 의류, 장갑, 양말, 속옷 등을 판다. 9월 중순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해 9월 이 가게를 추진키로 결정했고, 우선 이를 담당할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정기섭 이사장(63·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공단에 입주한 12개 기업이 우선적으로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남북 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늘 가슴을 졸여야 했다. 입주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찾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개성공단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한국에도 가게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모았다.

“개성공단 생산품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에 납품되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이 개성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때가 많아요. 이런 개성공단 제품을 한군데 모아서 팔자는 것이죠.”

사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부분은 자체 유통망이 없다. 개성공단 생산품에 대한 ‘수출 길’도 사실상 막혀 있다. 북한은 ‘적성국’으로 분류돼 의류(완제품 기준)는 60∼70%의 징벌적 관세를 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 가게를 열면 입주 기업들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개성공단상회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찾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일단 와서 제품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북한이 고향인 노년층이나 북한을 접해보지 못한 젊은이 등이 와서 신기해하면서 물건을 사간다.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게 상회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남성용 정장 셔츠의 가격은 2만5000원. 닥스와 듀퐁 등 유명 브랜드에 납품되지만 브랜드를 달지 않았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품질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개성공단이 현재 남북 경제협력의 사실상 유일한 통로임을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남북 교역의 99% 이상을 개성공단이 차지한다.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4억6997만 달러(약 5500억 원). 2004년 개성공단이 출범한 뒤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꾸준히 남북 교류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개성공단의 성장이 정체돼 있다고 정 이사장은 우려했다.

“현재 개성공단의 1단계 ‘100만 평 조성’ 계획 중 절반도 달성되지 못했고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5·24 경제 제재로 개성공단 신규 투자가 사실상 금지됐어요. 북측 인력난도 고질적인 문제죠. 최근 통일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준비된 통일’이어야 성공할 수 있어요. 독일도 경제 문화 등의 교류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통일하지 않았습니까.”

정 이사장은 현재 전국에 5곳인 개성공단 상회(서울 안국점, 서울 북한산성점, 경남 창원점, 대전 둔산점, 인천 서경백화점점)를 내년까지 3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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