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노숙인에 선물 '한가위 산타'

입력 2015. 9.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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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회 光州 '사랑의식당' 원장, 1991년부터 홀몸노인에 무료 점심도
[동아일보]
추석인 27일 오전6시 반 허상회 광주 사랑의식당 원장(왼쪽)과 최민석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부(가운데) 등이 광주역에서 노숙인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건네고 있다. 사랑의식당 제공
27일 오전 6시 반 광주역. 허상회 광주 ‘사랑의식당’ 원장(80)과 최민석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부, 자원봉사자 7명이 선물세트를 들고 노숙인을 찾아다녔다. 허 원장 등은 추석에 오갈 데 없어 광주역 주변을 서성거리는 노숙인 20명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건넸다.

이들은 1시간 뒤 광주공원에서도 노숙인 30명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전달했다. 명절에도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한 노숙인들은 연신 “고맙다”고 했다. 선물세트에는 과일, 전, 과자, 음료수, 칫솔, 치약 등 음식과 생필품 16개, 현금 2만 원이 든 봉투도 들어 있었다. 현금 2만 원은 추석날 여관에라도 가서 샤워하고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라는 마음이 담겼다. 허 원장은 “15년째 추석날 사랑의 식당을 찾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선물세트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6일 오전 11시 광주공원 뒤편 ‘사랑의식당’에서는 노숙인, 홀몸노인들을 위한 합동차례를 지냈다. 홀몸노인 김모 씨(75)는 “혼자 추석 제사상을 차리기 힘들 것 같아 합동차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차례가 끝나고 노숙인, 홀몸노인 등 300명에게는 점심식사와 선물세트가 제공됐다. 전국 무료급식소는 대부분 명절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이 때문에 허 원장 등은 15년째 추석 때마다 노숙인을 찾아다니고 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허 원장은 어린시절 가난 때문에 가출을 해 구두닦이, 신문배달을 했다. 1958년 군대를 제대한 뒤 구두닦이 소년들을 위해 광주공원 인근에 광주직업소년원을 지었다. 1991년 광주공원을 찾는 노인 상당수가 점심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랑의식당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사랑의식당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분도와 안나 개미꽃동산’을 설립했다.

사랑의식당은 하루에 400∼600명의 홀몸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허 원장은 식당 운영을 위해 사재를 모두 털었다. 2011년에는 식당 앞에 있는 돌에 자신의 유언을 적었다. ‘우리 부부 앞으로 돼 있는 땅, 건물, 예금 등 모든 재산은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는 사업에 사용돼야 한다.’ 마흔의 나이에 결혼한 그는 ‘자식이 있으면 욕심이 생길 수 있다’며 불임수술을 했다고 한다.

사랑의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30여 명 가운데 8명은 봉사시간이 1만 시간을 넘는 ‘봉사왕’들이다. 조영도 식당 관리부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랑의식당 운영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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