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英 에이즈 권위자 넬슨 교수, "에이즈 치료 획기적 전기 맞아"

이재원 기자 2015. 9.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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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 치료에 새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여러 난제가 해결된 만큼 환자들이 훨씬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크 넬슨(Nelson·사진) 영국 런던 첼시앤웨스트민스터병원 교수는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내성과 부작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에이즈 치료법이 나왔다”고 말했다.

첼시앤웨스트민스터 병원은 유럽에서 가장 큰 에이즈 치료 기관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의대 교수이기도 한 넬슨 교수는 에이즈 환자를 주로 담당하는 이 분야 권위지다. 국제 에이즈치료 의사협회 부의장도 맡고 있다. 한국 의사들과 새로운 에이즈 치료법에 대해 세미나를 하기 위해 방한했다.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의해 발병하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몸 안에서 면역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질병이다. 유엔 에이즈 전담 기구인 UNAID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369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20만명이 늘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00만명에 불과하다. 국내 감염 신고자는 지난해 현재 9615명으로 생존율은 약 83%다. 치료를 잘 받는 경우 생존율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 치료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넬슨 교수는 먼저 에이즈 치료에서 독성과 내성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주로 쓰는 에이즈 치료 방식은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이른바 ‘칵테일 요법’이다. 각각의 약이 서로 다른 경로로 HIV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도록 하는 것이다. 독한 약을 여럿 먹다 보니 일부 환자는 심한 설사와 복통, 구토, 빈혈, 무력감 등 부작용을 심하게 겪는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생명을 이어가는 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내성이 생기는 것도 큰 문제다. 부작용 때문에 약을 일부러 거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수십 년 동안 매일 제때 약을 복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 중 약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바쁜 일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환자 스스로 약을 거르기도 한다. 이렇게 약을 거르는 일이 반복되면 바이러스가 약에 내성이 생기고, 결국 약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다른 환자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넬슨 교수는 “최근 출시된 에이즈 치료제인 트리멕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트리멕은 세 가지 약물을 합한 복합제다. 이 중 돌루테그라비르라는 성분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약효가 오래가는 강점이 있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넬슨 교수는 “돌루테그라비르는 다른 성분보다 효소와 결합하여 있는 시간이 30배 이상 길다”면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효과가 오래 지속돼 환자가 깜빡해서 약을 늦게 복용하더라도 내성이 생길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넬슨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이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에이즈에 걸리면 사회적인 낙인이 찍힌다는 생각과 힘들게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반인들이 진단 받기를 꺼리는 것이 에이즈 치료의 큰 걸림돌이다.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따르면 정상에 가까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다면 환자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넬슨 교수의 생각이다.

넬슨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나온 치료제 중 트리멕이 가장 큰 전환점을 만든 것 같다”면서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루 한 번, 그것도 한 알만 먹어도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겪어본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 것인지 알지요.”

넬슨 교수는 “같은 원리로 작용하는 기존 약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3년 동안 기존 약을 복용한 환자의 5%가 내성이 생겼지만 트리멕의 경우 내성이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지며 생긴 편의성이 가져다준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좋은 치료제는 물론 에이즈를 완치하는 치료제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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