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찾아 '러브하우스' 선사하는 착한 대학생들

2015. 9.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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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들 '살 맛 난다'는 말 한마디면 힘든것도 몰라요" 서울대 해비타트 봉사단 '러벤져스'

"할머니·할아버지들 '살 맛 난다'는 말 한마디면 힘든것도 몰라요"

서울대 해비타트 봉사단 '러벤져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경사진 골목길에 있는 조그마한 반지하방에서 부산한 학생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벌레다!"하고 놀라는 소리에 "벌레가 아니라 못이야. 어떤 벌레가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냐"라며 타박하는 말도 들린다.

어떤 학생들은 몇 겹으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벽지들을 떼어내고 거미줄을 걷어내는 한편 다른 학생들은 도배를 할 벽지에 풀을 바르는 등 열심이다.

이는 서울대 봉사동아리인 해비타트 봉사단 학생들이 80대 홀몸 할머니가 사는 집을 수리하는 현장이다.

소외계층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동아리에서 만난 이들은 지난해 12월 연탄봉사를 하다 학교 주변인 관악구 신림동과 난곡동 등지에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의기투합했다.

낡은 집을 수리해주는 것이 새로운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들은 올 1월부터 전문 도배 기술을 배웠다.

이들의 모임 이름은 '러벤져스'(Lovengers)다. '사랑'(love)과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팀 이름인 '어벤져스'(Avengers)의 합성어다.

모임을 이끄는 곽진원(건설환경공학부 14)씨는 "말동무 위주의 독거노인 봉사와 달리 우리 관심사와 전공을 살려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악구청 복지정책과의 협조로 추천 명단을 받으면 실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공사 1∼2주 전에 미리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여러번에 걸친 회의 끝에 견적을 낸다. 입주자가 특별히 원하는 사항이 있다면 그것도 반영한다.

도배와 집수리 등을 하는데는 보통 30만∼40만원의 경비가 든다.

이들은 처음 석달간은 회비를 걷었지만 5월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공모전 수상대상에 선정된 이후부터는 경비를 지원받고 있다.

봉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곽씨는 "지난 5월 한 기초생활수급자 50대 남성 집을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냉장고에는 오래된 김치통 속에 구더기가 가득했고, 밥솥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물이 거의 썩어 있듯 고여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강도를 당해 몸을 크게 다친 이후 집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깨달은 것도 많다. 곽씨는 "구더기와 쓰레기들을 치우고 새 가구를 들이고 청소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분께는 방 한칸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작지만 큰 세상을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싹 바꿔드리니 살맛난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감사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다들 표현이 투박하시기는 하지만 삶의 이유를 찾았다는 말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생활하기 좋은 곳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밝힌 곽씨는 쑥스러운 듯 "힘이 닿는대로 집수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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