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고 .. 흉악범 잡던 경찰들, 시민 마음 잡았네

신진호.최종권 2015. 9. 1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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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흥덕경찰서 학교폭력 전담 5명댄스·풍물 .. 고교생과 합동 공연"한 수 가르쳐 달라" 학생에게 배워대전 둔산서 강력팀은 주민과 합창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학교폭력 전담경찰관들과 청주 지역 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지난 9일 댄스·난타 등 합동 공연을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일 대전 마을합창축제에서 둔산경찰서 형사들이 주민들과 공연하는 모습.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 9일 오후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5층 강당 뒤편. 삐딱하게 힙합 모자를 눌러쓴 이정희(37) 경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 연습에 한창이었다. “여기서 팔을 펴고, 허리를 꺾고, 왼발을 앞으로 디디라고?” 그러자 주민수(18·흥덕고 2년)군이 “아니, 그게 아니구요. 오른발을 뻗으라고 했잖아요”라며 시범을 보였다.

 10분 뒤. 학교폭력 예방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 경사는 ‘오~ 허니~’로 시작되는 박진영의 댄스곡 ‘허니’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검지손가락을 허공에 휙휙 찍어냈다. 공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와우~. 아저씨 짱이에요, 짱!”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관들이 10대 학생들과 시민들의 친구를 자처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인기가요에 맞춰 랩을 하고 마을 합창단 일원으로 함께 공연도 하면서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학교폭력 전담경찰관들은 이날 흥덕고·청주외고 등 5개 고교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댄스·풍물·난타·연극 등 다양한 합동 공연을 펼쳤다. 이정희·전병천(36)·전병대(33) 경사와 김평기(33) 경장, 이연희(27·여) 순경 등이 직접 무대에 섰다. 공연을 위해 이들은 수시로 학생들을 찾아가 “한 수 가르쳐 달라”며 개인교습을 받고 휴일에도 경찰서 강당에 모여 맹연습을 했다.

 색다른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청주외고 랩동아리 ‘RMS’와 댄스 동아리 ‘DQ’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전병천 경사는 “노래 중간에 커플 댄스를 추는 부분이 있는데, 몸이 좀처럼 따라주질 않아 밤마다 아내와 함께 연습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도정보고 난타팀 ‘낭랑 18세’의 일원이 된 전병대 경사는 “박자 감각이 떨어져 항상 막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근무 시간에도 틈틈이 책상을 두드렸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학생들은 기꺼이 멘토가 됐다. 서원고 연극부 ‘보래구름’ 단장인 신승희(18·여)양은 “연희 언니가 남 앞에 서는 걸 너무 부끄러워해서 매일 저녁 시선 연기를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안병연 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공연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팀·형사팀 형사 20명도 지난 7일 우송대 예술회관에서 열린 대전 마을합창축제 때 주민들과 한 팀을 이뤘다. 우락부락한 외모 탓에 “조폭인지, 형사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소리를 듣던 이들이지만 이날은 흰색 와이셔츠에 빨간색 넥타이로 한껏 멋을 부렸다.

 지휘자의 손이 올라가자 형사들 얼굴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첫 곡인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율동까지 곁들여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도레미송’을 부를 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객석을 쳐다보는 여유도 보였다. 노래를 마치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둔산1동 주민센터에 모여 2시간씩 입을 맞췄다. 치료감호를 받던 30대 수감자 탈주사건으로 형사 전원이 긴급 출동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연습은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함께 무대에 선 이항렬 형사과장은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형사들과 화음을 맞춘 소리샘합창단 송미순 총무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목소리에 힘도 있고 연습에도 열정적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9일 경찰의 날 기념행사 때도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대전·청주=신진호·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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