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강일출 할머니 "일본에 당당히 책임 요구해야"

입력 2015. 9. 14. 17:24 수정 2015. 9.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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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후손은 이런 일 겪지 않았으면..먼저 간 할머니들 생각에 눈물나"

"우리 후손은 이런 일 겪지 않았으면…먼저 간 할머니들 생각에 눈물나"

(광주=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나) '역사 문제 책임지고 배상하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있으면 한국 사람 다 바보 되는 겁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7) 할머니는 14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여성가족부 출입 기자단과 만나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당당하게 책임을 촉구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상북도 상주 출신인 강 할머니는 1943년 16살 나이로 보국대를 뽑는다는 말에 속아 중국 지린성으로 끌려가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다.

강 할머니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중국에 정착해 간호사로 일하다가 2000년 가족과 귀국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우리한테 잘하려고 할 것 없다. 일본이 우리 국민을 얕보지 않고, 우리 후손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게 그저 할 말은 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할머니는 과거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앞장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후손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말했다.

일제 치하에서 일어난 일이 똑바로 알려져야 다신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난 위안부라는 말이 싫어요. 듣기만 해도 고개를 흔들게 돼요. 세상천지에 인간이 못할 짓이지요. 그래도 내가 눈물 흘리고 있다고 해결 안 되잖아요. 우리는 바보 같아 당했지만 우리 후손은 그런 일이 없어야지요."

강 할머니는 "내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에 돌아와 이런 시설에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내 나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 후손들은 나라를 잃고 나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가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지난달 미국 뉴욕주까지 날아가 홀로코스트센터를 방문,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피해를 고발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강 할머니는 격앙된 목소리로 "일본 정부는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일본의 사죄를 끌어낼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우리만 이렇게 나서지 말고 전 세계가 모여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외국하고 같이 밀고 나가면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내가 오래오래 살게요. 약도 많이 먹고. 내가 그래도 입이 있잖아요. 눈물이 계속 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우리나라에서든, 미국이나 일본에서든 역사 문제를 똑똑히 알릴게요."

강 할머니와 함께 미국을 방문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내년에 홀로코스트센터에서 일본군 성노예 특별전을 하기로 했다. 홀로코스트 센터가 전미에 네트워크가 있다고 하니 전세계에 위안부 문제가 인류에 반하는 범죄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옆에서 귀띔했다.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강 할머니는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때 일이 꿈에라도 나오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요. 그런 날은 한참 잠도 못자요. 꿈이지만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놔두고 끌려갈 때 생각하면 그냥 죽는 게 낫다 싶어요."

"곶감 집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할머니는 "내가 12남매 막내여서 아버지가 늘 머리맡에 곶감하고 대추를 놔두곤 하셨다. 혹여 오빠들이 날 때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벼락이 떨어졌다"며 옛날을 추억했다.

강 할머니가 2000년 한국에 들어와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상주 고향집이었다.

"상주 집은 비었고 아무도 없더라고요. 엄마, 아빠, 오빠들도 다 죽고 없고. 내가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아서 울었어요."

강 할머니는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최근 들어 보고 싶다며 눈물을 비쳤다.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동료 할머니들도 강 할머니의 그리움을 더하고 있다.

평소 나눔의 집 근처 동산을 즐겨 산책한다는 강 할머니는 "산책가서 떠난 할머니들 생각하면서 울다 오지요. 막내딸을 그렇게 예뻐한 엄마 아빠 생각도 하고요."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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