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첫 외국인 해설사' 이케스에 유키씨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조선 인조 4년(1626년)에 완공됐고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군과 대치하다 결국 성문을 연 아픔을 간직한 역사현장입니다. 2014년 6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늦여름 햇볕이 따가운 지난 9일 오후. 남한산성 숲 속에서 한 일본인 여성이 곳곳을 가리키며 쉼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성남시의 남한산성 외국인 해설사 양성 교육과정(3.11∼4.22)을 이수하고 첫 '남한산성 외국인 해설사'가 된 9명(일본인 5명·중국인 4명) 가운데 한 명인 일본 출신 이케스에 유키(41·여)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케스에씨는 5월 말부터 주 2회 남한산성 행궁과 문화재를 소개하고 역사와 가치를 설명하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모국어인 일본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하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남한산성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가 위탁한 외국인주민복지지원센터에서 산성의 역사와 성곽이론 등을 40여일 동안 배우고, 최종 관문인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의 시연 실기시험도 통과해 첫 남한산성 외국인 해설사가 됐다.
그는 2001년 9월 한국 남자와 결혼해 성남 분당에 정착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 한 명을 둔 평범한 주부다.
이런 그는 올해 초 우연히 주변 권유로 남한산성 해설사에 도전했다. 결혼 전 일본에서 2년간 박물관 해설사로 활동한 경험은 큰 힘이 됐다.
"애도 컸고 일본어 통역도 할 수 있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박물관 해설사로 일한 경험을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남한산성을 알리고 싶어요."
남한산성 외국인 해설사는 주 2회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일하고 일당 5만∼6만5천원을 받는다.
이케스에씨는 "보수를 받긴 하지만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크다"며 "제 해설이 남한산성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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