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 없어요"..보신각 옆 10년간 지킨 5대 종지기
종지기 집안으로부터 타종법 전수받은 신철민 주무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3·1절과 광복절, 그리고 매년 1월1일 전 국민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를 10년간 한결같이 지킨 '종지기'가 있다.
신철민(41)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신 주무관이 보신각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06년. 당시 서울시 보신각 상설 타종 사업 기획 단계에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그는 4대 종지기였던 고(故) 조진호씨에게 딱 붙잡혀 결국 5대 종지기가 됐다.
시민의 타종을 도우려면 자신도 종을 칠 줄 알아야 했기에 조씨로부터 타종법을 배워야 했다. 처음엔 큰 고민 없이 당목(撞木, 종 치는 나무)을 잡았지만 사부의 훈련은 혹독했다.
신 주무관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6개월을 배웠다. 타종법은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신각의 당목은 200㎏에 달한다. 신 주무관은 지금도 제야의 종 등 행사 때 종을 33번씩 치고 나면 1주일은 몸살을 앓는다.
신 주무관은 "타종 인사들이 서로 힘을 다르게 주기 때문에 그 힘을 다 통제하려면 엄청난 힘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사부 조씨는 타종의 모든 과정에서 늘 '예(禮)'를 강조했다. 때문에 신 주무관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보신각 옆 초소에서 종을 지키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에 뿌리를 둔 조씨 집안은 진호씨까지 약 170년, 총 4대에 걸쳐 보신각을 지켰다. 진호씨와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 중 종각에 불이 났을 때는 현장을 지키며 총을 맞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조진호씨는 왜 5대 종지기를 신 주무관에게 맡겼을까.
신 주무관은 "사부의 아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타종법을 이어받지 못해 내가 훈련을 받았다"며 "사부는 2006년 갑자기 담도암이 발병해 80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는데 하혈하는 것까지 가족과 함께 받아냈다"고 전했다.
조씨는 신 주무관이 아들처럼 자신을 따르고 훈련에도 마음을 다하는 데 감동해 신 주무관에게 "아들 대신 보신각을 잘 비춰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신 주무관은 자신이 '종지기 집안'의 명맥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가교가 되겠다고 밝혔다.
신 주무관은 "사실은 올해 고3인 사부의 손자가 있다. 그 친구는 아직 모르지만 6대 종지기가 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그 전까지는 다른 곳에 가고 싶지도 않고, 떠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신 주무관을 만나려고 보신각을 찾은 날에도 타종 체험을 신청한 한 단체와 학생들이 종을 에워쌌다. 신 주무관은 타종이 끝나자 방문객들에게 종에 손을 대고 남은 울림을 느끼면서 소원을 빌 수 있도록 했다.
지나가던 외국인도 걸음을 멈추고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신 주무관은 "다음 달부터는 타종 행사에 외국인 참여비율도 절반까지 높이고, 전통의상 복식체험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스토리텔링형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종 지키는 것 외에도 업무가 산더미"라며 웃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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