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지고 못생긴 노파들 얼굴에서 삶의 진정성 느껴"

박현주 2015. 9. 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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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만 그리는 '초상화 대가' 이상원화백12일부터 강원도 이상원미술관서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기자=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은 오는 12일부터 이상원 화백(80)의 '인물화'전을 개최한다.

'老病死 - 生로병사 다시 생'을 타이틀로 노인을 주제로한 인물화 40여 점이 전시된다.

이상원 화백은 국내 '초상화 대가'로 꼽힌다. '극장 간판장이에서 순수한 화가로 성공한 인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춘천 출생인 이 화백은 한국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쟁을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20세도 안돼 서울에 상경해 영화 간판장이와 상업 초상화가로 청년기를 보냈다.

1970년에 건립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영정초상화를 그린 것을 계기로 상업초상화가로서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 이 화백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를 비롯해 해외국빈을 위한 선물용 초상화를 도맡아 그리다시피 했다. 국내외에서 초상화 의뢰가 빗발치며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던 70년대 중반, 돌연 모든 상업 초상화 주문을 딱 끊었다. "순수미술 작업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1970년대 후반 소위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과 대비되는 민전(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 '시간과 공간'이 연이어 수상하게 되면서 '입지전적인 독학 화가' '극장 영화 간판장이에서 변신한 순수 화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순수미술 작업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나 1986년 연 첫번째 개인전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극사실화 '사진같은 그림'으로 당시 화단의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1990년~2000년에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지의 미술관에서 잇따라 초대전도 열었다.

특히 1999년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국립러시안 뮤지움에서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고 2005년 이어진 모스크바 국립 트레차코프 미술관 초대전시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화백은 상업초상화가 시절 수없이 그림을 팔았지만 순수 미술을 시작하면서는 작품을 일절 팔지 않기로 결심했고 실행에 옮겼다. 해외 및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40년 화업을 온전히 되돌아 볼 수 있도록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상원미술관 건립의 주춧돌이 됐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이상원미술관은 강원도 지암리 화악산 자락에 위치한 산중의 미술관이다. 주변에는 자연휴양림이 있고 대중교통수단이 아직 미치지 않지만 '자연속의 미술관'을 꿈꿔오던 이 화백의 소망을 그의 아들이 현실로 만들었다.

이상원 화백의 작품은 변화무쌍한 현대미술의 유행 속에서 전략을 모르는 순수한 예술의 가치를 드러낸다. 나이 예순이 넘어서 인물화를 그려온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인을 소재로한 '동해인'연작을 발표했고, 2010년까지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영원한 초상' 연작을 발표했다.

'동해인'연작과 '영원의 초상'연작에는 노년의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동해인'연작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평온'과 '내려놓음'의 정서를 '영원의 초상'연작에서 느낄 수 있다. 하늘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나, 해맑게 웃고 있는 백발의 노인들이 그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가의 내면과 시선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인과 인도인 모두 포함됏고 작품속 인물들은 모두 노인들이다. 깊은 주름과 흰 머리칼과 표정이 강조돼 있다.

노인들의 모습은 평정한 모습이기도 하고, 강퍅하기도 하다. 슬픔과 기쁨, 강인함과 꼿꼿함 등 세월의 무게가 진득하게 배어 있다. 거칠고, 슬프거나, 무덤덤하거나, 피곤한 기색, 우울하고, 황망한 얼굴이다. 마치 '노인문제'를 바라보는 현재의 음울한 시선과도 닿아있다.

왜 노인들만 화폭에 담아낼까.

"많은 인물들을 만나보면 그 중에 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드는 얼굴들이 있다. 그 얼굴은 삶의 진정성을 일깨워주는 얼굴들이다. 의도치 않았지만 주름지고 못생긴 노인들, 특히 노파들의 얼굴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관람료 어른 6000원,학생 및 65세 이상 4000원.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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