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사단 장병들에게 노래 선물한 70대 老兵
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문학의 집에서 이원우(74)씨는 군복으로 갈아입고 장병 앞에 섰다. 이날 이씨는 육군 26사단 장병 30여명을 초청해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26사단 부사단장 윤성필 대령과 이영진 주임원사, 모범병사 30명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이씨는 24세 때인 1965년 입대해 26사단 사령부 부관참모부에서 3년간 복무했다. 예비역 하사로 전역한 이씨는 교직에 몸담다 10여년 전 부산 명덕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퇴직했다. 은퇴 후에는 노래를 즐겨 부르며 몇몇 아마추어 무대에도 올랐다.
이씨가 군 생활을 했던 26사단과 다시 인연을 맺은 건 2011년. 은퇴 후 부산에서 딸이 사는 경기 용인으로 이사한 이씨는 아들 같은 장병을 보며 젊은 시절 복무한 26사단을 찾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큰맘 먹고 경기도 양주에 있는 26사단을 46년 만에 찾았다. 이씨는 그 뒤로 '26사단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부대 후임들에게 간식비를 보내거나, 종종 서울역을 찾아 26사단 부대 마크가 있는 군복을 입은 병사들에게 밥 한 끼씩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나라를 지키는 자식 같은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내가 잘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날 '애국가'와 '26사단가'를 비롯해 10여곡을 열창했다. 행사에 든 400만원은 2013년 한 문학상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에 아내가 준 100만원을 보태 마련했다. 26사단 병사들은 이씨의 노래 선물에 화답해 함께 무대에 올라 즉석에서 '진짜 사나이'를 불렀다.
석진동(22) 병장은 "노병(老兵) 선배님의 공연으로 걸 그룹 공연을 봤을 때보다 더 기가 살았다"고 했다. 윤성필 대령은 "평소에도 병사들을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분"이라며 "이렇게 군을 지지해주는 분들 덕분에 사기가 올라간다"고 했다. 이씨는 이날 장병과 26사단 구호인 "공격!"을 외치며 공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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