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청년, 세계적 교과서 출판사 '직지' 오류 고쳤다

고영득 기자 2015. 9. 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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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에 최고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서 '직지'로고려대 류지은씨 "한국 문화유산 더 큰 애착 가질 것"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교과서 출판사인 영국의 ‘돌링 킨더슬리(DK)’ 웹사이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생이 이를 발견,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자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유럽에서 최초로 인쇄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고 고쳤고,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은 1377년 한국의 ‘직지심체요절’(직지)”이라고 추가 기술했다.

‘직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킨 이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류지은씨(21·사진)다. 류씨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함께 양성한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 6기 출신으로, 지난달 23일까지 활동하던 중에 이 같은 오류를 잡아냈다.

DK는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87개국에서 62개의 언어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회사다. 류씨는 활동 기간에 구글 사이트에서 금속활자에 관해 검색하던 중 DK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라고 소개한 구절을 발견, DK 사이트 담당자에게 시정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담당자는 “오류 내용을 알려줘 감사하다. 오류를 시정하겠다”고 답변했고, 3일 만에 오류가 바로잡혔다.

류씨는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잘못된 것은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갖고 편지를 보냈는데 3분 만에 답장이 왔고, 며칠 후 사이트에서 바뀐 내용을 보는 순간 하늘을 날 듯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교 분야나 다국적 무역회사에서 활약하는 게 꿈이라는 류씨는 “앞으로도 한국 문화유산에 더 큰 애착을 갖고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직지는 1455년에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1377년에 인쇄된 것으로 고려 말엽 백운 화상이 부처와 달마대사 등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을 가려 뽑아 편찬한 선불교의 교과서 격이다. 본래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됐으나 현재는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DK가 세계적인 교과서 출판사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전 세계 교과서에 ‘직지’ 관련 내용이 반영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전 세계 유명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찬란한 한국 문화유산이 많다”며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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