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 노래하기 안 좋아졌다"

김회권 기자 입력 2015. 9. 3. 17:29 수정 2015. 9. 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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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이름 참 잘 지었다. '좋아서 하는 밴드'란 이름에서 그들이 음악을 정말 사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묻어난다. 거리 공연을 하는 홍대 앞 버스커들의 입에서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거리에서만 CD 3만장을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버스킹 수입만으로 밴드를 운영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대 앞의 거리 악사는 더 이상 홍대 앞에서 버스킹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음악은 이제 광고 음악으로도 쓰인다. 밴드는 이제 거리 대신 무대에서 주로 공연한다. 자신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노력하는 밴드가 됐다. 거리가 준 선물이다. 그렇다고 버스킹을 아예 등한시하지 않는다. 다만 장소가 달라졌을 뿐이다. 8월21일, 상수역 부근 한 카페에서 '좋아서 하는 밴드'의 리더 조준호씨를 만났다. 요즘도 버스킹을 하느냐고 묻자 홍대가 아닌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최근에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 시사저널 이종현

많은 사람이 버스킹 하면 '좋아서 하는 밴드'를 말하더라.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원래는 '좋아서 하는 밴드'를 하기 전에 팀을 하나 했다. 당시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페이가 너무 적더라. 공연 한 번 하고 3만~5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 팀이 깨졌고, 그 후에 '좋아서 하는 밴드'를 시작했는데 클럽 수입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았기에 "거리에서만 공연하자. 3만원보다는 많이 벌겠지"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다른 팀들이 버스킹 1세대라고 평가하더라.

난 이전 팀에서도 2006년부터 거리 공연을 했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2008년부터 거리 공연을 했고. 다만 '좋아서 하는 밴드' 때부터 버스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게 다른 것 같다.

첫 공연 때 과거 클럽 수입보다 많이 벌었나.

얼마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3만원보다는 많이 벌었다, 하하. 우리가 당당히 요구했을 때 받는 팁이 많았기에 '우리가 판단을 제대로 한 거 같다'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앨범에 실은 곡들은 버스킹으로 테스트한 곡인가.

정규 1집에 실린 곡들은 모두 버스킹하면서 편곡이 자연스럽게 됐던 곡이다. 관객 반응이 안 나오는 곡은 절대 관객 탓이 아니다. 연주 실력이 모자란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리 공연이라는 건 음악만 하는 거랑 다르다. 음악과 음악 사이에 멘트는 어떻게 할지, 곡 순서는 어떻게 짤지, 이런 흐름을 만들어가는 능력도 포함된다. 사람이 빠져나가면 신나는 노래를 해야 하나, 관객들이 몰입하는 게 느껴지면 좀 더 느리면서 가사가 좋은 노래로 집중도를 높여봐야 하나, 이런 걸 고민하며 공연한다.

요즘도 버스킹을 하고 있나.

최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했다. 과거에는 홍대 앞 주차장길 끝에 정자 있는 그 장소를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도로가 너무 시끄러워져서 안 한다. 홍대에서는 안 하려고 하고 있다.

홍대가 좋지만 홍대를 뜨고 싶다는 버스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건 팀 내 다른 멤버와도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하면 거리 공연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는데 요즘 거리 공연 하는 분이랑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일단 우리는 거리 공연을 하면 마이크를 안 쓰려고 했다.

요즘은 다들 마이크를 쓰는 것 같더라.

처음에 밴드를 시작했을 때는 우리 음악을 한 명이라도 더 들어줬으면 좋겠고, 우리 밴드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상가에서도 음악을 크게 트는데 우리 음악을 시끄럽다고 쫓아내는 분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더라. 누군가에게는 우연히 만나는 선물 같은 공연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과 함께 못 하더라도 적은 사람과 깊은 교감을 느끼기 위해서 마이크를 안 쓰거나 쓰더라도 최소한으로 볼륨을 낮춰서 공연을 해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비단 우리만의 생각은 아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통기타를 메고 오랫동안 공연하는 윤효상씨가 있다. 그분 공연이 참 인상 깊었는데 그분 생각도 이랬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다 가지고 오면 실내 공연이랑 뭐가 다르냐, 거리 공연은 거리 공연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우리도 우리 나름의 이유를 만들었다.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거리 공연자가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양한 음악들이 넘치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데 요즘 홍대 앞의 거리 공연에선 마이크가 넘친다.

장비가 너무 좋아졌다. 건전지만 넣으면 앰프가 작동하고 휴대용 마이크도 나오고. 장비들이 심플해지니까 많이 쓰더라.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 거리에서 공연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른다. 그럴 때 볼륨을 키우면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공연하는 사람은 아무런 장비 없는 생목소리에 누군가 발길을 멈추고 가사에 귀를 기울여주고 감동의 팁을 넣어주는 희열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 느껴보시면 어떨까 싶다.

다양한 음악이 넘치는 거리가 됐다고 보나.

거리 공연이 가지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성적표가 바로바로 나오는 거다. 재미없으면 사람들은 자리를 뜨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모여든다. 노래하다 보면 하품을 하거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다 보인다. 그런 좋은 피드백을 앞에 놔두고 커버곡들을 부르는건 안타깝다.

홍대 앞에서 버스킹하는 팀들을 보면 커버곡 부르는 팀이 적지 않다.

우리 팀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커버곡을 안 했다. 알든 모르든 우리 이야기로 승부를 봤던 팀이다. 그런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공연을 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그런 식의 버스킹으로 우리 노래와 우리 가사를 좋아해주는 팬을 얻었다. 홍대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보면 자작곡 공연 팀이 적은 점이 아쉽다. 새로운 팀이 보이면 저 팀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편곡하는지 궁금한데 비슷한 노래를 다들 하고 있을 때가 참 아쉽다.

김회권 기자 / judge003@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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