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75점 남기고 간 '히말라야 화가'

오유교 기자 2015. 9.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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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곽원주 화백 유작展] 3년간 7회 14좌 일대 트레킹하며 고산지대 사람들 삶·풍광 담아내 8일부터 조선일보미술관 전시회.. 수익금은 전액 네팔 어린이 지원

"가난한 화가가 어떻게 히말라야를 가겠소?"

"제가 도와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지난 2011년 3월 서울의 한 미술관. 고(故) 곽원주〈작은 사진〉 화백과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산꾼 화가'로 통했던 곽 화백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동물 '야크(yak)'에서 이름을 따온 아웃도어 기업 회장의 첫 만남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됐던 히말라야 그림 산행 프로젝트는 이후 본격 추진됐다. 곽원주 화백은 그해 9월 5일 안나푸르나로 첫 원정대를 꾸렸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곽 화백이 그린 히말라야 산수화 75점의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갖는 '히말라야 14좌 그림산행전'(블랙야크 주관, 대한산악연맹·주한네팔대사관 공동 주최, 조선일보·TV조선·월간산 후원)이다. 곽원주 화백은 블랙야크의 후원을 받아 3년(2011~2013년) 동안 7차례의 트레킹을 통해 동양화가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화폭에 담았다. 작품 스케치는 해발 4000~5000m의 베이스캠프에서 이뤄졌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던 화가였다. 20여년 동안 산과 주변 풍광을 담아내는 데 전념했다. 백두대간을 완주하는 등 국내 1000여곳 명산을 섭렵했고, 중국과 일본의 명산도 찾아 '동양 삼국 명산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은 "산의 맛을 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산꾼이었다"고 말했다.

곽원주 화백은 손꼽아 기다리던 전시회를 석 달 앞둔 지난 6월 18일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65세. 작년에 뇌종양 수술을 받으면서 전시회를 1년 미뤘는데, 다시 병세가 악화돼 끝내 눈을 감았다. 세상과 이별하기 직전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마저 그리겠다고 나설 정도로 전시회에 애착이 강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전시회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의지로 계속됐다. 강 회장은 "사람들에게 작가의 작품 세계와 삶을 알리는 것이 고인을 추모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말했다. 전용 화실을 지원하는 등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곽 화백의 열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사람들의 삶과 만년설이 뒤덮인 산의 위용을 그린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사계절 풍광이 한꺼번에 펼쳐지는가 하면 고봉(高峯)이 인간을 압도하기도 한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대담하면서도 명료한 농채(濃彩), 그 순수한 발색은 청정의 산 히말라야의 진면목을 표현하는 데 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파키스탄 쪽의 5좌(K2·브로드피크·가셔브룸1봉과 2봉·낭가파르바트)를 담은 14폭 병풍 그림도 전시된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대지진 참사를 겪은 네팔의 어린이들을 돕고 싶어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전액 네팔 어린이 지원 기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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