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제대로 벌어 제대로 쓴' 부자

차완용 기자 2015. 8. 2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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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In & Out /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3000만원이 넘는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심장병 어린이 환자 수술비로 사용한 신혼부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자신의 돈이라는 것을 숨기고 정부지원금이라며 기꺼이 등록금을 내준 공무원. 이들의 기부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한단어가 있다. 바로 '감동'이다. 쉽게 내주기 어려운 것을 조건 없이 내주는 사람과 쉽게 받을 수 없는 것을 받게 된 사람이 만들어낸 감동 말이다.

반면 사회적 약자나 공익을 위해 막대한 돈을 내지만 감동을 찾을 수 없는 기부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꼭대기에 있는 막대한 힘을 가진 재벌이나 정치인의 기부다. 이들의 기부에 공통적으로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다. 바로 '대가'다. 거기에는 옥살이를 면하고자, 아니면 좀 더 높은 자리에 앉고자 하는 사심이 들어있다. 그래서 감동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 꼭대기에 올라있는 인사 가운데 드디어 감동적인 기부를 실천한 이가 나타났다.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대림산업 이준용(77) 명예회장. 자그마치 2000억원을 통일을 위한 기금에 쾌척했다.

◆ 감동의 기부, 대한민국이 놀랐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전재산 기부는 재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안겼다. 최근 일부 재벌의 일탈로 재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 변화의 단초를 남겼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인이 있다니….", "정말 감동이다"는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 거액의 개인 재산을 100%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부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재단에 기부한 예는 사실상 전무하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이 명예회장은 지난 8월17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명예회장이 기부한 대림그룹의 실질지주회사 주식은 비상장이어서 시가로 따진다면 상장주식 계산법에 따른 최저가격인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기부한 통일과 나눔 재단은 지난 5월 설립된 정부의 공식 기부금품 모집단체다. 남북교류협력·대북 인도적 지원·남북 주민간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을 위한 기금 조성을 통해 체계적인 통일 준비와 원활한 통일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명예회장이 통일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모두 기부하기로 결심한 데는 자신이 겪었던 어렵고 힘들었던 유년기 시절의 기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6.25 전쟁 당시, 1.4 후퇴 때 인천에서 화물선을 빌려 피란을 떠나 고생한 기억에 두번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아픔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단의 아픔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건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신이 직접 해외에 나가 인부들과 공사현장을 누비며 현지에 대림산업이라는 이름을 알렸고,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역사인 청계고가도로, 경부고속도로, 소양강댐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은 물론 국회의사당, 잠실주경기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직접 진두지휘해 시공했다.

이외에도 이 명예회장은 평소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장 시절부터 별도의 비서실을 운영하지 않았고, 지난해 부인이 별세했을 때도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 직원들도 발인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다. 지난 1995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대기업 중 가장 많은 20억원의 성금을 내 모범적인 기업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 명예회장의 기부 소식은 재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유명 기업인이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 없을 것"이라고 했고,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사회 지도층이 해야 하는 역할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의 사재 출연은 진정한 기업의 사회책임 이행과는 거리가 있는데, 이준용 명예회장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재계에서 이 명예회장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실 그동안 보인 재벌 총수들의 사재 출연이 순수한 동기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재벌 총수들의 기부는 가진 자의 순수한 사회적 책임 이행이 아니라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이 명예회장의 기부는 근본적으로 진정성에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기존에 기부를 했던 재벌 총수들의 사회 출연이 감동 없이 단지 면죄부를 받기 위한 엇나간 기부였다면, 2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대가 없이,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재단에 기부한 것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재벌들은 흔히 불법을 저지른 후 자선활동이나 사회공헌으로 사회책임을 대체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우리 속담을 인용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책임과 사회환원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명예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제대로 벌어 정승같이' 써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으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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