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작 뮤지컬계 단짝 김종구·최호중

이재훈 2015. 8. 2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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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한영범' 역 나눠 맡아19년 전 처음 만나 5년 전부터 절친으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햇볕이 기분좋게 내리쬐는 지난 19일 대학로에 귀여운 파란색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각자 헬맷을 쓴 뮤지컬배우 김종구(35)와 최호중(34)이 앞뒤로 나란히 다정하게 앉아있었다.두 사람은 올해로 4번째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처세의 달인이자 '딸 바보'인 국군 대위 '한영범' 역을 나눠 맡고 있다. 모두 세번째 한영범 역이다.

김종구와 최호중이 인연을 맺은 건 1996년 드라마 '사춘기' 촬영 당시. 김종구는 그 때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 앳된 모습이었지만 김종구의 서글서글한 인상, 최호중의 재기발랄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최호중은 "사진을 보내달라"며 웃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2010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디션 현장에서 최호중이 김종구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한 뒤 약 14년 간 공백을 깨고 다시 '절친'이 됐다.이후 대학로 창작뮤지컬계에서 빠질 수 없는 두 사람이 됐다. 창작뮤지컬계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한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도 역시 중추적인 역을 하고 있다.

이 뮤지컬은 2011년 CJ문화재단의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레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에 선정됐고, 2012년 8월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아기자기하고 재기발랄한 특성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6·25 동란의 손이 닿지 않은 무인도에서 남한군과 북한군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함께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 정겹게 그린다.

김종구와 최호중이 나누는 대화 역시 즐겁게 믿음을 축적해가는 과정이었다. '김종욱 찾기' '빨래' '여신님이 보고계셔'까지 출연 목록 작품에 3개 작품이 겹치지만 동시에 무대에 같이 오른 적이 없다는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서 연기하면 정말 즐겁겠다"고 입을 모아 웃었다.-'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최호중 / "요즘 인기 있는 뮤지컬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이야기와 퍼포먼스도 만만치 않아야하죠.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그런 점을 잘 충족하는 작품이에요.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것을 무겁지 않게 풀었죠. 근데 또 재미는 있는데 가볍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주는 뮤지컬이라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김종구 / "거칠게 이야기하면 남북의 군인들이 100일 동안 친해지는 이야기에요. 거기에 가상의 인물 여신이 등장하는데 그 여신은 각자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소중한 그 무엇을 상징하죠. 가족, 사랑, 우정 등이요. 그런 점이 관객들의 공감을 산 것이 아닌가 해요."

-넉살이 좋은 영범이는 처세의 달인인데요, 이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지난 시즌 연기한 영범이와 이번에 연기하는 영범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요?김종구 / "처세술에 능해 입담과 잔머리로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이죠. 대본에만 충실하면 그것이 표현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딸 바보'로서 영범이를 표현하려고 했죠. 딸을 비롯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꼈으면 했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살아남아서 돌아가야 하는 목적이 명확해지거든요. 극 속에서 영범이가 보는 사진 속 인물이 누굴까하는 생각이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우리 애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김종구는 최근 아들을 얻었다.)(웃음)."최호중 / "집에 간다는 것은 전쟁이 끝난다는 걸 의미하죠. 평화가 올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처세가 자연스레 생기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전에는 재미가 우선이었어요. 예컨대 기존에 영범이를 연기할 때 말을 먼저하고 생각을 나중에 했다면 이번에는 생각을 먼저 하고 대사를 치는 거죠. 예전에는 웃겨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진지하게 몰입하더라도 상황이 재미 있으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가장(최호중은 최근 결혼했다.)이 된 뒤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어 그런 점이 반영이 되기도 했고요."

-영범이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나요?최호중 / "잘못하며 솔직히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점이요. 한영범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선의를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목적이 명확하죠. 그래서 이해가 돼요."

김종구 / "닮은 점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영범이를 연기할 때 롤모델이 호중이에요. 호중이는 영범이와 정말 싱크로율이 높거든요(최호중은 쇼케이스 때부터 영범이를 연기했다). 대본에도 영범이 옆에 호중이라고 써져 있을 정도죠(웃음)."

-영범이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순간은 어느 부분일까요?최호중 / "북한군 상위인 창섭이와 대립하는 부분이 비중이 크죠. 창섭이는 처음에는 악랄한 것 같지만 따듯한 인물인데 영범이가 이를 느끼면서 점차 친해지려고 하죠. 하지만 또 마지막에 얽히고 설키면서 갈등이 증폭되는데 그 때 영범이와 창섭이의 관계가 중심축이 되죠."김종구 / "전반적인 건 연출님이 잡아주시는데 저는 저만의 영범이를 만들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썼어요. (전쟁에서 친형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고, 국군과 북한군들이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부러 미친척하는) '순호'를 군함이 무인도를 폭격하는 신에서 제단 옆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도 알잖아, 할 수 있다는 걸'이라고 말하죠. 정말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네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도 포함된 중의적인 표현이죠. 창섭이와 관계에서는 잠을 잘 때 제가 창섭이 허벅지에 눕는 장면이 있어요. 약속된 것이 아니다보니 창섭이를 맡은 배우가 처음에는 놀랐죠. 근데 그게 바로 창섭이의 모습이었어요. 그런 사소한 감정들이 신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 같아요."

-제목과 동명 곡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비롯해 '그대가 보시기에' '꽃봉오리' 등 귀에 감기는 넘버도 참 좋아요.

김종구 /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가장 좋았는데 이번에는 자장가 같은 '꽃나무 위에'가 가장 마음에 들어와요. 제 아기에게도 불러주는 곡이에요(웃음). 무엇보다 넘버들이 개인적으로는 맑고 고운 소리를 내야 해서 힘들죠. 동화 같은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는데 막 소리 지르고 놀라는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목을 가다듬고 그런 소리를 내려고 하니 벅찬 점이 있죠."

최호중 / "맞아요. 음도 높고 계속 소리를 질러야 해서 힘들죠(웃음). 최근 마음에 들어오는 넘버는 '돌아갈 곳이 있어'에요. 이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한곡만으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드라마가 다 표현이 되거든요."-창섭이를 비롯해 북한군들이 고친 배를 타고 떠난 직후 영범이 등만 남아 있는 무인도에 남한 정찰선이 오는데요, 결론을 내지 않고 바로 끝내는 '열린 결말'이죠. 맨 처음 이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는 영범이가 죽는 것으로 그려졌다면서요? 이후 영범이가 어떻게 됐을 것 같나요?최호중 / "네 맞아요. 처음에는 죽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고쳤죠. '처세의 달인'답게 무인도에서 그간 사정을 국군에게 잘 이야가하고 가족들 잘 만나서 나중에 이산 가족 상봉할 때 '창섭이 형'도 만나고 할 것 같아요(웃음)."

김종구 / "저는 죽었을 것 같아요. 맨 처음 국군 병력이 왔을 때 창섭이가 북한으로 가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영범이가 무인도에 북한병력이 생각보다 많다며 재정비하고 오라고 무전기를 통해서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마지막에 '악'이라는 소리를 부러 냈죠. 근데 국군은 이 때문에 무인도에 병력이 많다고 생각하고 전시상황이기도 하니 제대로 확인을 안 하고 폭격기로 막 공격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영범이가 살아남기 힘들죠."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을 상징하죠. 혹시 두 분도 보이지는 않지만 믿고 있는 것이 있나요?

최호중 / "저는 정직이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다보면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있다고 믿어요."김종구 / "예전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주어진 일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커요. 아빠로서 친구로서 형으로서 우선 마음을 다하자는 거죠."-종구 씨는 2005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무대에 데뷔하신 이후에 올해 10주년이 됐네요. 호중 씨는 2001년 연극 '낙원의 길목에서'로 무대에 데뷔하셨고 2009년 '스페셜 레터'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하셨고요. 이후 대학로 무대 지킴이가 됐어요. 물론 잘하고 계시지만 30대 중반의 배우로서 고민되는 부분도 많을 텐데요.

최호중 / "많죠. 특히 요즘 공연계와 관련해서 좋지 않은 뉴스(생활고를 겪은 연극인이 사망한 소식) 등이 많아잖아요. 아내와 함께 보면서 희망적인 것을 보여줘야 경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생활도 될 텐데, 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운이 좋아서인지, 대학교 때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인지 지금까지 다행히 잘 해온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더 해야 할 것이 많죠."

김종구 / "어제 배우 동생을 만났는데 자기가 맡은 역이 하도 욕을 먹어서 걱정이라고 하더라고요.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발판이라고 기죽지 말라고 했죠. 나중에 네 재산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저도 한 때 매번 최고가 싶어서 노력을 했었는데 이제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그랬더니 다른 것이 보이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그릇에 인물을 어떻게 담느냐가 큰 고민이에요. 최근 아이를 얻은 뒤 더 여유가 생기고 달라진 것 같아요."

-호중 씨는 아이가 없지만 역시 결혼을 한 뒤 마음가짐 등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최호중 / "네 그렇더라고요. 여자 친구랑 사귄 지 16년만에 결혼을 했는데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서로에 대한 배려도 더 생기고요. 조금 더 해줄 것이 없는지 더 살펴보게되고. 종구 형은 이제 내려놓게 됐다고 했는데 저는 우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웃음). 물론 결혼하니 상당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 점은 있죠."

-서로가 보는 영범이는 어떤가요? 평상 시 형, 동생으로서는 또 어떤가요?

최호중 / "종구 형의 영범이는 참 따뜻하죠. 작업은 섬세하게 하는데 평상시에는 시원시원한 '상남자'에요. 청량음료 같죠(웃음)."

김종구 / "호중이는 참 센스가 좋어요. 배우로서 아이디어 뱅크이기도 하죠. 이번에 기존에 보여준 것과는 다른 역도 준비하고 있어요."최호중 / "희극에 길들여져서 다른 역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11월 개봉하는 영화 '잡아야 한다'(주연 김승우 김정태)에서 보스의 야비한 오른팔을 연기해요. 처음에는 잘 못할 것 같았는데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마지막으로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각자 어떤 의미인가요? 관객들이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최호중 / "얻은 것은 제가 체력이 부족하는 것을 알게 된 점이요(웃음). 지난 시즌에는 몇번을 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힘들어요. 근데 그렇게 체력이 떨어지면 제가 구현하고자 했던 캐릭터도 힘들어지죠. 그러면 타협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영범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캐릭터를 놓게 돼 왜곡이 될까봐 걱정이 되거든요. 그리고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이야기를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 좋은 뉴스가 많지만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따듯함이 있다는 걸 같이 알아갔으면 해요."

김종구 /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하면서 좋은 동생들을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살면서 최악의 순간들이 올 수 있는데 그 극단의 순간들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함을 간접체험한 거죠. 관객들도 객석에서 다른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엿보면서 각자 소중한 것을 생각해보셨으면 해요."'여신님이 보고계셔' 10월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한영범 김종구·최호중·이준혁·조형균, 류순호 슈퍼주니어 려욱·박정원·고은성·신재범, 이창섭 최대훈·심재현, 여신 역 손미영·최주리. 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 음악감독 양주인. 4만4000~6만6000원. 연우무대·is ENT·스토리피. 1544-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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