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모은 표본 수천점 모두 기증할것"

2015. 8.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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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표본은 생물다양성 연구의 귀중한 자료.."붓꽃표본 708점 우선 기증.. 심정기 목원대 명예교수
[동아일보]
심정기 목원대 명예교수가 2012년 7월 백두산 곰취군락 앞에서 식물조사 및 채취작업을 하는 모습. 심정기 명예교수 제공
“한평생 모은 자식 같은 표본이지만, 더 넓고 보람 있게 사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것 같은 넓은잎각시붓꽃의 꽃잎,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질 듯한 흰등심붓꽃의 마른 잎….

1992년 국내에서 발견돼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됐던 이 변종 붓꽃의 표본은 심정기 목원대 명예교수(69)가 자식처럼 아껴온 자료들이다. 심 명예교수는 이 표본들을 비롯한 붓꽃 표본 708점을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했다. 그는 국내에 희귀한 노랑붓꽃과 솔붓꽃의 군락지 등을 발견해 그 가치를 알려온 식물 연구자. 식물생태 연구를 시작한 1981년부터 30년 넘게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며 채취한 식물을 표본으로 만들어 보관해왔다. 이 중 붓꽃 표본만 따로 정리해 이번에 기증한 것. 자신이 운영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대전 한밭수목원에 2000점을 기증한 데 이어 두 번째 기증이다.

“한평생 모은 것들이지요. 식물 표본이 아직도 80상자가 남아 있어요. 한 상자에 50∼60점씩 들어가니까 4000점이 넘네요. 정리가 끝나는 대로 나머지를 전부 기증할 계획입니다.”

심 명예교수가 기증을 결정한 것은 그가 몸담았던 대학의 바이오건강학과가 통폐합되면서 개인연구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교수 5명 중 4명이 퇴임하면서 사실상 학과가 없어지자 학교 측에서는 “연구실을 비우고 표본들을 갖고 나가 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충남 금산에 있는 제자의 땅에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표본들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습기와 곰팡이로 표본이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그는 “국내 연구에 필요한 생물 표본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구하기가 점점 어렵다”며 “생물다양성 연구와 활용을 위해 국내 표본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생물 표본을 많이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명예교수의 표본 외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심정자 한남대 명예교수, 고 최두문 전 공주대 교수로부터 모두 2755점의 생물자원 표본을 기증받았다. 김상배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기증받은 표본들이 우리 생물학계에 다양한 연구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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