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주식으로 돈 벌어 기부하는 '청년 버핏' 경북대학교 박철상 씨 | "위기는 투자기회..시장의 복원력 믿어요"

배준희 2015. 8.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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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주식투자로 돈 좀 벌었다는 사람치고 입이 무거운 사람은 드물다. 욕심이 없는 사람도 물론 없다. 10억원을 벌면 100억원을 갖고 싶은 게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거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지난 7월 17일 대구 경북대에서 만난 박철상 씨(31)는 조금 다르다. 일단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스스로 드러내 보이기를 무척 꺼리기 때문이다. 수백억원대(추정) 자산을 짐작할 수 있는 고가의 사치품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비결이랄 건 없어요. 중학생 때 아버지께서 증권계좌를 하나 만들어 주셨는데 돌이켜 보면 실제 자금으로 투자를 하기 전 중·고교 시절 모의투자로 4~5년 정도 경험을 쌓았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박 씨는 얼마 전 1억원 이상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도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학생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은 전국에서 4번째며 대구에서는 처음이다.

“애초에는 마흔이 넘어서나 기금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나이도 어리고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재원이 되다 보니 설립 취지에 대해 오해를 받기가 쉽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2년 전 저희 학교에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던 학생 한 명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며 장학회 설립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학생으론 전국에서 4번째
중고교시절부터 투자로 모은 돈으로 수십억 쾌척

박 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교인 경북대와 사회단체, 학교에 매년 수억원의 성금을 쾌척해 지역에서는 이미 ‘청년 버핏’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또 올해부터 5년간 1000명의 장학생에게 18억5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고 향후에도 5년 단위로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래도 투자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유 종목이나 자산 규모를 캐내는 데는 결국 실패(?)했지만 자신만의 투자 원칙은 들을 수 있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속성이 비이성적이고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것인데, 호황일 때는 과매수로 거품이 생기고 반대로 경제위기 때는 공포에 의해 과매도가 발생합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가치에 비해 과하게 폭락하지만 안정을 찾으면 시장 복원력에 의해 빠르게 회복됩니다. 평소 거시적인 시장 환경을 읽는 눈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이고, 매년 100권가량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그는 다소 엉뚱하게도 훌륭한 투자자일수록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씨는 “투자의 속성 자체가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분석과 예측 확률을 얼마나 높이느냐의 싸움인데, 교만해져서는 절대 그 싸움에서 이겨낼 수가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할 계획인데 10년 이상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고 들어올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지금처럼 여유와 형편이 되는 대로 조금씩 주위를 살피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9호 (2015.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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