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자식 낳는 마음으로"..120년 가업 '북 장인'

2015. 7.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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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진 산고 끝에 자식을 세상에 내놓듯 온 힘을 다해 나무를 깎고 가죽을 덧대 북을 만들어 내놓는 장인이 있습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120년 가업을 이어 북을 만드는 장인을 차유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윤종국, 북 장인]

"목수 일을 해야 하고 두 번째는 갖바치라고 해서 가죽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세 번째는 그림 그릴 수 있는 환쟁이가 돼야 합니다. 이 삼위일체가 되지 않으면 북 만들 능력이 없는 거죠."

깎고, 다듬어 어여쁜 자식을 만들어 냅니다.

[윤종국, 북 장인]

"하나의 악기를 만든다기보다는 하나의 자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손으로 잘 만져주고 다듬어주고 잘못되어 있으면 닦아주고…."

켜켜이 누운 목재마다 장인의 숨결이 배어 있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빚어 자식 하나 세상에 내보내는 데 꼬박 여섯 달이 걸립니다.

[윤종국, 북 장인]

"기계로 사용하면 찍어내듯이 똑같다고요. 예쁘긴 한데 소리가 좋지 않아요. 대패질하면 사람 손이 가니까 각을 잡으려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요. 정성도 들어가고…."

증조부 대부터 120년을 이어온 가업입니다.

한평생 외롭고 고된 나날이었지만 물려받은 고집만큼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윤종국, 북 장인]

"가죽 냄새가 여름에는 썩으면 많이 나니까… 거의 30회는 이사를 했어요. 주민등록 주소 쓰는 거 쓸 수 없어서 몇 장 덧붙일 정도로 이사했죠. 그렇게 힘들게 할아버지 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했는데 내가 4대를 끊으면 영원히 이것 할 사람 없겠구나…."

36년 세월, 빛깔 고운 옷 입고 장인의 손을 떠난 북들은 3천여 대.

제각기 어느 고수의 품에 들어가 둥둥 온몸으로 웃고, 울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윤종국, 북 장인]

"작품생활 하면서 몇 점이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봉선사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하나가 걸려 있는데 행사 때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청아합니다."

어느덧 외길인생 고갯마루를 넘었습니다.

이 고된 일을 물려받으려는 이가 있을까.

어린 학생들의 매끈한 손, 총총한 눈을 장인은 몇 번이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윤종국, 북 장인]

"작업에 있어서는 30대에서 40대로 가나 이 정도로 제일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고 아이들 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꼭 5대를 이어가야 제가 저기 올라가서 안 혼나지…."

"언젠가 네 한 몸 두드려 사람들 울리는 좋은 북이 되어라."

120년 정성과 혼이 깃든 한여름, 장인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YTN 차유정[chayj@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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