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ILM 수석기술감독 "적성은 꿈을 이루게 하는 추진력"

박현욱기자 2015. 7.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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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특수효과 거장 이승훈 ILM 수석기술감독내가 어릴 적 만화 빠져 살았듯청소년들도 잘하는 분야 찾아 첫 발걸음 떼는 것이 중요대기업 입사 연연하지 말고 한 분야서 능력 최대한 살려야

어릴 때부터 동경한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꿈과 영상 그래픽 기술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32세에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꿈꾼 대로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세운 할리우드 특수효과업체인 ILM에 입사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스타워즈 에피소드' '아바타' '트랜스포머' '퍼시픽림' 등 24편의 대작에 특수효과를 담당하며 책임자 자리에도 올랐다. 이승훈(46·사진) ILM 수석기술감독(크리에이티브 슈퍼바이저)은 이 같은 성공 스토리가 '일단 해보자'는 망설임 없는 실행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경기 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연 '문화기술' 특강에서 "우리 청소년·청년들은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진로 고민을 한다"며 "무엇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일단 발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 정읍 시골 태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어릴 적 그림과 만화에 빠져 있던 덕분에 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며 "자기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꿈을 이루는 추진력이 된다"고 말했다.

홍익대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의 한 광고영상업체에 들어갔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도산하자 소니 등이 설립한 일본 드림픽처스(DPS)에서 한국인 직원을 뽑는 공개채용에 도전했다. 이 감독은 당시 일본어를 몰라 '설마 채용이 되겠어' 하는 심정으로 통역원에게 "날 뽑지 않는다면 귀사가 큰 손해를 보는 셈"이라며 당당하게 인터뷰해 합격한 일화를 소개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회사가 해체되면서 이 감독은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행을 결심했다. 항상 꿈꿔온 미국 땅이었지만 취업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 데모 영상을 할리우드 영상기술업체 면접 관계자들에게 서툰 영어 실력으로 수백 번 반복해 소개해야만 했다. 그리고 2003년 드디어 ILM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는 "10년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꿈을 이루는 데 큰 의미가 없었다"며 "신입으로 입사해 첫 작품인 '캐리비안의 해적' 1편의 특수효과 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후 6개월 만에 책임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상 그래픽의 크리처셋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영화 캐릭터의 머리카락·피부·근육 등이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몇 초의 영상을 위해 수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다. 예를 들면 이 감독은 영화 '아바타'에서 나무가 쓰러져 파괴되는 2.5초(75프레임) 영상의 특수효과를 만드는 데 2개월 반 동안 매달렸다. 그는 "할리우드처럼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를 우리나라가 꼭 만들 필요는 없다"며 "우리 나름대로 시장규모에 맞는 좋은 영화에 특수효과 기술을 계속 적용한다면 앞으로 시장은 커지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조급하게 취업에 나서기보다 한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을 조언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잡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실력을 충분히 쌓은 후 크게 도약하기 위해 가는 곳이 대기업"이라며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대기업들도 새로운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LM 입사 13년째인 이 감독. 월급 50만원을 받던 국내 광고제작사 인턴에서 연봉이 수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디지털영상회사의 책임자가 됐지만 도전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그는 "과거 꿈꿨던 직장과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고 말았다"며 "이제 익숙한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와 일을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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