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佛 상원의원 플라세 "한때 한국 거부..딸 돌에 한복 입혔어요"

2015. 7. 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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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프랑스 입양..양부모 보살핌 속 한국·한국말 잊고 정치인 꿈 이뤄 "내 딸이 크고나면 한국 함께 여행하고 싶어..한국어도 배우게 할 것"

7살에 프랑스 입양…양부모 보살핌 속 한국·한국말 잊고 정치인 꿈 이뤄

"내 딸이 크고나면 한국 함께 여행하고 싶어…한국어도 배우게 할 것"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귀한 손님 두 명이 찾아왔다.

입양인 출신의 장-뱅상 플라세(47) 프랑스 상원의원이 그의 외동딸 마틸드 돌 사진을 찍으려고 방문한 것이다.

플라세 의원은 9일(현지시간) 파리에 있는 상원 의사당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딸의 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태극기 옆에서 한복을 입은 딸을 안은 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럽 생태 녹색당(EELV, 이하 녹색당) 상원 원내대표인 플라세 의원은 지난 5월 자서전 'Pourquoi pas moi!'(내가 안 될 이유가 없지!)를 발간했다.

자서전 발간에 맞춰 인터뷰한 플라세 의원은 다른 녹색당 의원이나 녹색 시민운동가들과 달리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고 푸근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뒤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 살다가 7살에 프랑스에 입양돼 상원의원 자리에 오르기까지 인생 역정을 숨김없이 풀어냈다.

1975년 7월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는 고아원에서 입던 옷 몇 벌과 성경책이 든 작은 가방만 하나 달랑 들려 있었다.

4남매를 둔 플라세 의원의 양부모는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지방의 유지로 아버지는 변호사였다.

양보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그는 한국과 한국말을 잊고 완전한 프랑스인이 됐다.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한 미움 때문에 양부모가 한국에 대해 잊지 않도록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으나 거절했고 아시아계 보모를 보고는 놀라 달아났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역사책을 읽으면서 정치인이 되는 꿈을 꾸었다.

"25살 때 나는 40살 이전에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꾸었다. 이런 인생 계획을 화장실벽에도 걸어 두었다"고 그는 자서전에서 적었다.

1993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11년 43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프랑스에서 교육받고 프랑스인으로 자란 정치인인 플라세 의원이었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상원의원 선거 당시 우파 정당 의원이 그에 대해 "우리 한국인인 플라세씨가 이번 선거에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은 그에게 충격으로 남았다.

플라세 의원은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소수인종 배려를 얻은 적이 없으며 프랑스인으로서 내 실력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면서 "그래서 너무 큰 충격이었고 상처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그동안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한국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플라세 의원은 "프랑스에 간 후 한국을 마음속에서, 기억 속에서 쫓아냈고 오히려 한국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한국을 방문해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각계 인사와 만났다.

그리고 작년에는 장-피에르 벨 프랑스 상원의장과 함께 한국을 찾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만났다.

2013년 11월 딸이 태어난 이후 한국에 대한 그의 감정은 더욱 애틋해졌다.

작년 딸의 돌에는 한국 대사관의 제의를 받고 흔쾌히 딸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었다.

한국말을 다 잊었다는 플라세 의원은 "내 딸은 크면 한국문화원에서 하는 한국어 강좌에 등록해서 아버지 나라인 한국과 한국어를 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2∼3년 뒤 딸이 크고 나면 한국에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잊고 지냈던 한국 음식도 상원의원 당선 직전부터 관심을 두게 됐다.

플라세 의원은 "주프랑스 한국 대사도 만나고 한국식당도 가보는 등 한국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으며 한식도 좋아하게 됐다"면서 "요즘 파리에 있는 한국식당에 자주 가고 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녹색당 의원답게 한국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 애정 어린 질책도 잊지 않았다.

플라세 의원은 "녹색당 의원으로서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자력을 선택했지만, 너무 위험하고 어차피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며 원자력 발전 가격이 너무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도 발전에서 원자력 의존도를 7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면서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등 아시아에서의 원자력 정책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입양인으로는 최초로 프랑스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에게 정치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내 꿈을 숨기지 않고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장관이 되고 싶습니다. 장관이 돼 나같이 외국에서 와서 프랑스인이 된 이들도 프랑스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꿈을 꾸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플라세 의원은 자서전을 한국어로도 번역해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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