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폐품 모아 고스란히 이웃 도와
서울 성북구 동선동 박기곤(65·사진)씨는 시간 날 때마다 영업용 트럭을 몰고 동네를 돌며 빈병·폐지·플라스틱을 줍는다. 1t 트럭 짐칸이 가득 찰 정도로 재활용품을 모으려면 4~5시간은 걸린다. 이것을 재활용품 처리장에 가져가 팔아 1만~1만5000원을 받는다. 박씨는 이 돈을 고스란히 모아 매달 30만원씩 동선동 주민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이 '재활용품 기부'가 벌써 20년째다.
청년 시절부터 동선동에서 살며 주류 대리점을 운영해온 박씨는 20년 전 동네 곳곳에 쌓인 폐지와 빈병에 새삼 눈길이 갔다. 이 지역은 크고 작은 주택이 잔뜩 모여 있고, 성신여대 앞에서부터 뻗어나오는 먹자골목도 있어 폐품이 많다. 아무도 수거하지 않는 폐품을 보며 그는 '저것도 팔면 돈이 되는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씨는 1996년 1월부터 일과 후 하루 네댓 시간씩 매주 세 번 이상 폐품 모으기에 나섰다. 그렇게 일하니 한 달에 20만원가량 벌 수 있었다. 부족한 금액은 개인 돈을 얹어 매달 30만원을 맞춰 기부했다. 하루에 1만원은 기부하자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박씨가 기부해온 금액이 총 8000만원을 넘어섰다. 이 돈은 그동안 성북구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10명의 냉·난방비로 사용돼 왔다. 박씨는 "내가 발품을 좀 팔아서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으니 행복한 일 아니냐"면서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가족들이 내 건강을 걱정하지만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오랫동안 자신의 선행을 밝히기를 꺼렸다. 대단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작년 동선동 주민센터가 '우리 동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명예의 전당' 코너를 만들어 소개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박씨는 "나의 활동을 계기로 더 많은 분이 기부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밝히기로 했다"면서 "다 함께 베푸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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