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꿈 담은 벤처, 열정으로 키울 겁니다"

임소형 2015. 7. 7.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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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국내 첫 청년 '우주 기술' 창업 도전 / 박재필·이경민씨

미래부·항우연 우주기술 창업 지원… 공모전서 예비창업자로 최종 선발

박재필 "무중력 우주공간 재현한 위성 시뮬레이터 장비 설계 끝내"

이경민 "우주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내년 스마트폰 전용 앱 출시할 것"

위성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박재필씨가 "외국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 멋진 우주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항우연 제공

우주 콘텐츠 앱을 개발한 이경민씨는 "앞으로 가상현실 시장은 콘텐츠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우주 콘텐츠 앱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항우연 제공

최근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이공계 학생들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주기술을 활용한 창업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주인공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중인 3년차 대학원생 박재필씨와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3학년 이경민씨. 이들은 "한국판 스페이스 엑스로 성장하겠다"며 "구글이 탐내는 기업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스페이스엑스는 전기자동차 개발사인 테슬라를 창업한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만든 민간 우주개발업체다.

우주기술 상용화가 활발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 우주기술 관련 벤처기업은 35개. 하지만 모두 연구자가 사업가로 전환한 경우라 학생 창업은 전례가 없다.

박씨의 아이템은 '위성 시뮬레이터'이다. 위성 개발 시 우주에서 자세 제어 등 여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지 지상에서 모의시험을 해볼 수 있는 장치다.

지금까지 국내에 학생들이 쓸만한 시험 장비가 없다. 대형 위성용은 있지만 대당 1억원 가까이 되고 시스템도 너무 복잡하다. 외국산 역시 기능에 제한이 많다. 그렇다 보니 최대 크기가 가로 10㎝, 세로 10㎝, 높이 30㎝인 작은 큐브위성에 관심 있는 과학도들이 개발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박씨는 팀원들과 함께 가로 세로 높이 각 45㎝ 크기의 챔버 내부에 큐브위성을 넣고 공기로 살짝 띄워 올려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장비를 설계했다. 그는 "공기와 마찰을 최소화해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위성이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험 해볼 수 있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창업 아이템은 가상현실 콘텐츠다. 삼성 기어나 오큘러스 리프트, 구글 카드보드 등 가상현실 기기는 여러 종 출시됐지만 정작 이를 체험해 볼 만 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를 눈여겨 본 이씨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개발 기술에 어릴 때부터 관심 많았던 우주를 접목시켰다. 그는 "달과 은하 등 우주 곳곳을 탐험하면서 다른 탐험자와 퀴즈 대결을 벌이는 앱을 가상현실 기기와 연결할 수 있게 만들겠다"며 친구와 손을 잡았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앞세운 이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리의 우주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스타 익스플로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4월부터 진행한 공모전에서 최종 선발됐다. 미래부와 항우연은 이들을 포함한 예비창업가 3명, 중소기업 3곳에게 각 2,000만~4,000만원 범위에서 사업화 상담과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한다.

대학교수도 고배를 마신 공모전에서 이들이 당당히 선정된 비결은 누구보다 높은 창업의지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열정과 의지가 돋보여 뭐라도 반드시 해낼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심사 과정에서 박씨는 준비된 창업 인재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2012년 항우연이 주관한 제1회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한 대학 25개팀 중 우승을 차지한 연세대팀 일원인 박씨는 대회 이후 미래부와 항우연이 운영한 우주기술 대학(원)생 창업 커뮤니티에 들어가 교육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영감'을 얻어 연세대와 한국항공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창업을 결정했다.

위성 시뮬레이터는 이미 설계가 끝나 내년 초 시제품 공개를 준비 중이며 우주 콘텐츠 앱은 내년 새 학기 전 관련 앱을 장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이 목표로 잡은 시장은 학교와 학생들이다.

박씨는 대학의 큐브위성 연구실을 시작으로 과학고를 비롯해 체험학습 수업이 많은 중?고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박씨는 "시험준비하고 취직하는 친구들을 보면 불안해지지만 제일 잘 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며 "국내에서도 스페이스 엑스처럼 멋있는 우주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초등학생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에서 시작해 단계를 높여가며 유료 결제를 할 수 있는 마니아층을 공략할 방침이다. 그는 "카카오톡 같은 유명 앱도 처음에 큰 적자를 냈다"며 "초기에 콘텐츠를 많이 알려 가상현실 시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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