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식품사랑캠페인] "남 시선 왜 신경쓰나요?" 흙에서 행복 찾은 '고창처녀농부'

홍수민 2015. 7. 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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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식품 사랑 캠페인

어떤 여행은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이승희(33ㆍ여)씨가 그랬다. 2006년 4년차 회사원이었던 그는 ‘번 아웃’(녹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기계처럼 일했던 것 같아요.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호주로 날아갔다. 일상의 탈출구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국경을 넘으니 다른 세상이 보였다. 갇힌 세계관이 열렸고, 보지 못하던 것에 눈을 떴다. 그는 그해 5월부터 10개월 간 농장에서 농산물을 수확하는 일을 했다. 방울토마토ㆍ가지ㆍ애호박ㆍ콩을 따서 날랐다. 하루 8시간의 노동은 고됐지만 몸을 써 땀흘리는 일의 신성함을 깨달았다. 신선한 제철 채소에서 나는 흙내음은 향기로웠다.

“호주에선 농업을 3D 직종으로 여기지 않더라고요. 호주 농민들처럼 당당하게 농사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뒤의 그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직업의 선택지에 올리지 않았던 귀농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해도 일상은 무심히 계속되는 법이다. 우선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수집하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삿일을 배웠다. 고향인 전북 고창으로 내려가 귀농귀촌학교와 개발대학을 등록했다. 가끔 1박2일로 현장실습을 하기도 했다.

1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2013년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일은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죠. 남의 눈치를 볼 필요고요.” 농사는 자연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다.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일만큼 만만치 않다.
이씨는 우선 쉬운 작물을 키우기로 했다. 어느 게 가장 쉬울까, 고민한 끝에 선택한 건 삼채였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 기술을 배우기도 편했고, 누구나 키우는 흔한 작물이기에 위험 부담이 낮았다.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삼채는 잘 자라줬고, 이씨의 자신감도 붙었다.

지금은 삼채뿐 아니라 고추ㆍ마늘ㆍ감자ㆍ땅콩ㆍ흑미ㆍ들깨ㆍ쌀 등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을 재배한다. 그래도 아직은 배우는 단계다.”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싶어서 계속 시도하는 중이에요. 수확 시기와 방법이 다 달라서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어느 작물이나 농사의 기본은 엇비슷한 게 다행이죠.”

이렇게 키운 농산물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다. 농산물 홍보는 블로그를 통해 한다. 도시물을 먹고 귀농한 농부의 장점을 살렸다. 홍보를 위해 ‘고창처녀농부’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한다. 홍보 이름에서 알아챌 수 있듯, 그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어감이 어색해서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그의 블로그엔 작물의 사진과 일상 이야기, 고창지역 정보, 농산물 효능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하루에 300~400명이 방문한다. 많지는 않지만 블로그 이웃과 이야기 나누는 맛이 꽤 쏠쏠하다고 한다. 농촌의 홍보를 위해 농가 체류형 민박집도 운영한다. “블로그를 보고 농산물을 주문하는 분이 꽤 많아요. 일상을 보여주니 더 믿음이 가나봐요.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쪽지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이씨는 “귀농은 3D가 아니라 3G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Green(녹색)’ ‘Great(훌륭하다)’ ‘Grow(키우다)’의 약어다. 지금은 차려입고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생활보다 땡볕 아래 몸빼를 입고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이 더 즐겁다고 말한다.

“농촌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에요. 자연 속에서 땀을 흘려 무언가를 기르고 수확하는 기쁨은 진정한 행복감을 줍니다.” 아직까지 농사가 적자라는 사실이 그의 행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조언

1. 준비된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귀농을 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원사업 내용을 수시로 체크하고 귀농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 큰 도움이 된다.

2.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지켜봐야
성급하게 귀농을 결정하는 것은 금물. 지방자치단체나 귀농귀촌학교에서 교육을 꾸준하게 받으며 천천히 농사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좋다. 농사일은 빠른 도시와 달리 기다림이 필요하니, 손익분기점은 3~5년을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3. 내게 맞는 작물을 선택 할 것
남들이 재배하는 농산품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금물. 내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산품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획득한 후 연습삼아 직접 재배를 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작물이 몇가지 추려진다. 그때 작물을 선택하는 것도 늦지 않다.
◇이승희씨가 선택한 우리 농산물 삼채는?

삼채는 부추를 닮았으나 좀더 잎이 넓적하다. 뿌리가 인삼을 닮았다고 해 삼채(蔘菜)란 이름이 붙었다. 삼채는‘뿌리부채’, ‘삼미채’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줄기와 잎ㆍ뿌리 모두 먹을 수 있다. 즙을 내 마시기도 하고 장아찌ㆍ김치ㆍ부침개ㆍ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삼채를 가루로 만들어 요리할 때 마늘이나 파 대신 넣어도 좋다. 삼채는 단맛ㆍ쓴맛ㆍ매운맛이 있어 양념으로도 좋다. 당뇨와 고지혈증에 효능이 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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