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맞는 노숙인 잡지 판매원 오현석씨 "빅이슈 통해 노숙인을 보는 시선이 바뀐 것 같아요"
매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서울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8번 출구에는 오현석(46)씨가 서 있다. 빨간 조끼에 모자를 쓰고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에 쥔 잡지를 흔든다.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입니다.”
2010년 7월 5일 창간한 ‘빅이슈’가 곧 5주년을 맞는다. 한 권에 5000원인 잡지 가격 중 절반이 ‘빅판’(빅이슈 판매원)에게 돌아간다. 노숙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착한 잡지’다. 1991년 영국에서 시작해 현재 10개국에서 발간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사무실에서 창간멤버 오씨를 만났다. 오씨는 5년간 빅판으로 활동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포기하기 일쑤였던 내가 5년간 꾸준히 빅판을 해왔다는 사실만으로 놀랍다”고 웃었다. 이제는 후배 빅판을 교육하고 홈리스 월드컵, 발레단 등에 참여할 정도로 매사 적극적이다.
“빨간 조끼를 입고 있으면 아는 척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세요. 고정적으로 제게 와서 구매하는 학생과 직장인도 여럿 있어요. 지나가던 노숙인도 ‘빅이슈’를 궁금해해요.” 자랑을 풀어놓은 그는 매일 20∼30권, 주말에는 40∼50권을 팔 정도로 판매 수완이 좋다.
오씨는 “‘빅이슈’를 통해 노숙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며 “따가웠던 시선이 걷히니 희망 없던 삶에서 긍정적인 삶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집을 나오게 된 그는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다. ‘무능력하다’는 가족의 비난에 못 이겨 8년 전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에서 노숙인 무리와 어울려 다니다 우연히 받은 전단에 있던 ‘무료 숙식’ 문구에 끌려 빅판을 시작했다.
오씨는 인터뷰 도중 두 달 전에 받은 분홍색 쪽지를 지갑에서 꺼내 보여줬다. 한 여대생이 줬다는 쪽지에는 ‘아저씨처럼 늘 밝고 한결같으신 분은 없는 것 같아요. 힘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예전엔 자주 포기했거든요. 힘들고 고된 직업 중 안 해 본 게 없지만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뒀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과 응원을 받으니 버티게 돼요.”
오씨는 “노숙인을 만날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한다. 그 말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망을 얘기했다. “1000만원을 모으면 학원에 가서 보일러 기사 자격증을 딸 거예요. 쉰 살이 되기 전엔 회사에 취직해서 어엿하게 직장인으로 사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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