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암 판정 후 1년 안 돼 3권 썼다"

2015. 7.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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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나그네' 25년 만에 완간

[서울신문]“문학을 여흥으로 여기는 세상이 와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많이 읽게 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학이 변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다. 그 변신에 이번 작품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작가로서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 복거일(69)이 장편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문학과지성사)를 전 6권으로 완간했다. 1989년 중앙경제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뒤 이듬해 연재를 중단하고 한 권 정도 분량을 더해 1991년 3권으로 출간한 지 햇수로 25년 만이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1세기(2070년대) 인물 이언오가 백악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려다 임진왜란 직전인 16세기 조선에 좌초해 사회를 개혁하는 이야기다. 첫 세 권은 조선 사회 구조나 속살을 드러내는 데 미흡했다는 평을 들었다. 작가는 이번에 추가한 세 권에서 모반을 일으켜 중앙정부와 싸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선 내부의 속살을 드러냈다.

작가는 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다. “조선은 노예제도로 인해 가난하고 약한 나라가 됐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노예제도가 공고한 나라가 없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까지 지배계층이 안 바뀌었다. 1000년이 넘으며 노예제도가 고착화됐다.”

작가는 2012년 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간암이라는 얘길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역사 속의 나그네를 어떻게 하나’였다.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타며 생각했다. ‘역사 속의 나그네가 큰 빚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더 큰 빚이었구나.’ 20년이 넘도록 뒷이야기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마저 쓰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 “내일 죽는다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이 잘 된다고 하는데, 닥쳐보니 실제 그렇더라. 세 권 쓰는데 1년이 채 안 걸렸다.”

작가는 “암은 그냥 놔두면 된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했다. “건드리면 상처가 나듯 놔두면 오래갈 사람도 건드려서 문제가 된다. 살살 달래가며 글 쓰면서 버티려 한다. 작가는 어차피 글을 쓰지 못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나는 장편만 쓴다. 호흡이 긴 사람이라 쓰다가 막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좀 든다. 1970년대 노벨상 후보로 오른 위대한 작가도 쓰다가 죽을까봐 글을 못 썼다.”

그는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두 권 냈는데 두 권 더 내려 한다. 한 권은 생전에, 한 권은 사후에 내려 한다. 앞으로 소설은 하느님이 협조를 해주셔야 쓸 수 있다. 쓴다면 ‘역사 속의 나그네’ 연장선상에서 임진왜란에 대해 쓰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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