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받은 사랑, 빵으로 기부" 나눔 실천하는 동네빵집

김향미 기자 2015. 6. 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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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 황호두씨, 4년째 선행

매주 월요일 오전 7시30분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동네빵집 ‘프랑세즈 과자점’에선 갓 구운 빵 15인분(20~25개)이 작은 상자에 담겨 이웃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빵집 주인 황호두씨(53)는 월요일 새벽 6시쯤부터 빵집 인기품목인 앙금빵, 소보루빵, 식빵 등을 솜씨껏 구워 내놓는다. 그러면 오전 8시30분쯤 독산3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이 빵을 가져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80㎡(약 24평) 규모의 전형적인 동네빵집. 도심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서울에서 프랑세즈 과자점은 22년간 한 자리를 지킨 이 동네 터줏대감 격의 빵집이다. 최근 이 빵집의 ‘월요일’은 특별한 날이 됐다. 황씨는 지난달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동주민센터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빵 기부’를 시작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프랑세즈 과자점 주인 황호두씨. | 서울 금천구 제공

16일 황씨에게 ‘빵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황씨는 “22년간 이 동네에서 장사하면서 이웃들 덕분에 저도 먹고살고 있어 조금씩 동네에 돌려주자는 생각에서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의 ‘빵 기부’는 2012년 푸드뱅크에 당일 미처 팔지 못한 빵을 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푸드뱅크는 ‘잉여식품 재분배 은행’이란 뜻이다. 보건복지부나 민간 비영리단체에서 대형 음식점이나 식품가게에서 식품을 기부받아 사회복지시설 등에 공급해주는 일종의 식품 중계소를 말한다.

황씨는 “저희 가게도 처음에는 장사하다 그날 팔지 못한 빵들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것의 취지가 좋아 푸드뱅크에 기부하기 시작했는데, 기부하고 나서 느낌이 참 좋았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는 빵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조금씩 더 드리자는 취지에서 빵을 기부하는 날에는 약간씩 더 만들어 푸드뱅크에 냈다”고 말했다. 황씨는 4년째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푸드뱅크에 빵을 기부하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회당 7만~8만원으로 현재까지 총 기부액은 2750만원에 달한다.

황씨는 또 지난달부터 월요일마다 수익금의 10%씩 모아 한 달에 한 번 현금기부도 한다. 그는 “동주민센터에서 듣기로는 저소득 모자가정, 부자가정에서 가장 필요한 게 현금이라고 해서 성금 기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빵집은 매월 첫주 월요일마다 빵을 구입한 손님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한다. 손님들은 평소 이 상품권으로 빵을 살 수 있다. 월요일에 빵이 많이 팔리면 기부금도 늘어난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황씨는 “수익금의 10%를 성금 목표 금액으로 잡았지만 그때그때 매출이 달라 넘치거나 모자랄 수도 있어 최소 20만원 이상은 꼭 기부하겠다고 정했다”고 말했다.

독산3동주민센터는 프랑세즈 과자점에 기부내역을 간단히 적은 현판을 기부 때마다 전달하고 있다. 황씨는 “기부 사실을 알고 있는 손님도 있고 모르는 손님도 있지만, 빵을 구입하는 손님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주변에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많이 들어서서 큰 이익이 남는 건 아니지만, 단골들이 있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빵 만드는 일이고 가능한 한 제가 받은 사랑을 이 지역에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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