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우라던 위안부 할머니의 유언 전할것"

2015. 6.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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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쿄서 위안부 다큐영화 상영.. 日 도이 감독 "우익공격 두렵지 않아증언 묻힐까봐 4시간분량 모두 살려"

[동아일보]

“강덕경 할머니에게 세상을 떠나기 5일 전 ‘일본인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게는 그 유언을 세상에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7일 정오경 일본 도쿄(東京) 히비야 컨벤션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산다’의 상영회가 열렸다. 촬영 후 20년 만에 영화를 공개한 도이 도시쿠니(土井敏邦·62) 감독은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4년 12월부터 1997년 1월까지 한국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을 취재한 내용을 영화에 담았다.

할머니들은 일본인인 데다 남성인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인근 하숙집을 빌려 매일 할머니들을 찾았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청소와 집수리를 도운 끝에 간신히 허락을 받아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는 2년여 동안 할머니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았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할머니들은 자신의 괴로운 과거를 조금씩 털어놓았다.

도이 감독은 “나는 어느 순간 나눔의 집에 당연히 있는 사람이 됐다. 처음에 가장 큰 거부감을 드러내던 강 할머니도 어느 순간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00시간 이상의 영상을 찍었지만 일부가 NHK방송에 소개됐을 뿐 대부분은 공개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0년이 흘렀다. 이후 팔레스타인 취재에 몰입하던 도이 씨는 2013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이 ‘위안부 제도는 필요했다’는 망언을 한 것을 보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작가 안세홍 씨가 일본에서 위안부 사진전을 열려다 취소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도이 감독은 “안 씨의 소식을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후에도 상영은 쉽지 않았다. 위안부 관련 영화 상영을 부담스러워하는 극장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 끈질기게 타진해 간신히 상영 장소로 히비야 컨벤션홀을 잡았다.

상영시간은 중간 휴식을 포함해 4시간. 도이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증언이 공개되지 않으면 영원히 묻힌다고 생각하니 줄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시작 전 200여 객석은 가득 찼고 일부는 서서 영화를 봤다. 관객의 대부분은 중장년층 일본인들이었다. 할머니들이 괴로운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관객 다마모리 세이(玉盛淸·63) 씨는 “괴로운 경험을 지니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과거와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도이 감독은 “일본인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긴다. 곳곳에 전쟁 피해자 기념비만 넘쳐나고 가해자로서의 반성을 담은 기념물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익세력의 공격이 예상되지만 그게 무서워 가해국 저널리스트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영화 상영은 저널리스트로서의 긍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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