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상사 우먼, 미생보다 독하고 고단해요"

이미아 입력 2015. 6. 5. 2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합상사 첫 여성 해외지사장 LG상사 이영주 씨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사장 16세 카자흐 유학..러시아서 대학 졸업 "여성 후배들에게 길 터 줘 보람..남녀 차이 인정, 여성 장점 살려야"

[ 이미아 기자 ]

열여섯 살이던 1992년, 옛 소련 체제가 붕괴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새로운 세상에서 꿈을 펼치고 싶지 않으냐”는 교회 목사의 권유에 여학생은 홀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유학길에 올랐다. 러시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러시아어학과에 진학했다. 세계 각국을 무대로 일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종합상사의 문을 두드렸고, 석탄자원 영업과 개발 부문에서 줄곧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종합상사에서 일한 지 15년 만에 국내 종합상사 첫 여성 해외 지사장이 됐다. 이영주 LG상사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사장(39·사진) 얘기다.

지난 5월 임명된 뒤 인수인계 준비로 바쁜 이 지사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만났다. 이 지사장은 “‘여성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준 계기가 됐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또 “국내 종합상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에서 LG상사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수익성 높은 사업을 펼치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장은 최근 웹툰과 드라마로 대히트한 ‘미생’의 여주인공 ‘안영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현실 속 상사우먼의 삶은 훨씬 독하고 고단하다”고 털어놨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러시아 유학시절에도 안 마셔본 보드카를 입사 후 술자리에서 처음 마셔봤단다. 석탄 영업을 위해 바이어와 러시아 내륙 횡단열차를 탔을 땐 바이어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36시간 내내 그가 좋아하는 고스톱을 치기도 했다. “영업팀에 있을 땐 한 달에 1주일, 개발팀에선 두세 달에 1주일씩 해외 출장을 다녀야 했다”며 “석탄 광산으로 가는 출장이다보니 출장길이 좀 험한 편이긴 했다”고 회상했다.

열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의 애환도 언급했다. 이 지사장은 “잦은 해외 출장과 야근 등으로 아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할 때가 가장 미안했다”며 “가정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남자와 여자의 물리적 차이를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따뜻한 신뢰를 주는 인상 등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장은 종합상사 입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외국어는 기본적으로 영어와 제2외국어 등 두 개 이상 해야 하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최근 여성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 지사장은 그 좋은 예”라며 “성별이나 나이 등 각종 편견이 임직원의 능력 발굴에 장벽이 되면 안 된다는 철학으로 인사 정책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