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발명품 '게임'의 언어, 비속어로 남아선 안 되죠"

서진욱 기자 2015. 6. 5. 05: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국내 첫 '게임사전' 편찬총괄 이인화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장 "사전은 '지식의 가치' 확정"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인터뷰]국내 첫 '게임사전' 편찬총괄 이인화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장 "사전은 '지식의 가치' 확정"]

'버스'의 사전적 정의는 다양하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버스의 의미는 그 어떤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버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레벨의 게이머가 낮은 레벨의 게이머의 성장을 돕는 행위'를 뜻한다. 이처럼 수많은 게임 언어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고 있다.

"지금 게임 언어는 일반어가 아닌 비어 또는 속어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게임을 표현하는 언어의 지위가 매우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사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첫 게임사전 편찬을 총괄하고 있는 이인화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장(본명 류철균·이화여대 교수)은 "사전은 지식으로서 가치를 확정하는 장치"라며 "세계적인 우리 콘텐츠인 게임에 대한 사전이 아직도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함께 지난 4월부터 게임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엔씨문화재단은 제작비 일부와 개발자 인터뷰를 지원하고, 사전 편찬을 위한 각종 자료를 제공한다.

이 학회장은 "지금 국어사전을 펴 보면 게임과 관련된 언어는 거의 없다"며 "게임 언어에 비게이머들도 알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게임사전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사전 제작은 △게임 메카닉(개발) △게임 다이나믹(이용) △게임 에스테틱(미학) 등 대분류에 따라 약 1500개의 표제어를 선정한 뒤 요약·정의·사례·유의어·관련 용어 등 항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표제어는 학회 선정과 개발자 선정(메카닉 분류), 일반 공모 등으로 선정된다.

일반 공모의 경우 게임웹진 겸 커뮤니티인 '인벤'을 통해 이뤄진다. 게이머들이 표제어 후보들을 제안하면, 일정 기준을 충족한 단어들을 표제어로 선정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표제어는 2004년 11월 창간 이후 축적된 인벤의 모든 게시물(기사, 댓글 포함)에서 최소 1만회 이상 언급됐어야 사전에 등재될 수 있다. 현재까지 선정이 완료된 표제어는 800여개.

게임사전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게임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학회장은 "2005년까지 리니지, 넥슨, 서울이 등장하지 않는 게임이론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후 미국과 중국에서 10년(1995~2005년)간 한국의 혁신을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라도 게임문화의 선진성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외국의 혁신만 존경하고 우리의 혁신을 폄하하는 '문화적 사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사전 편찬에 참여하는 인원은 90여명에 달한다. 이 학회장과 한혜원 이화여대 교수가 책임 편집위원을, 이재홍 숭실대 교수와 전봉관 KAIST 교수, 오규환 아주대 교수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감수위원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다. 이들의 노력은 내년 5월 1200쪽 분량의 신국판(152x225㎜) 인쇄물로 탄생할 예정이다.

이 학회장은 "게임사전이 게임 관련 입법 과정에 활용돼 무리한 규제를 차단하는 데 쓰이길 기대한다"며 "무분별한 규제는 게임 용어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인 '게임 중독'에 대해 "현재 규정하고 있는 범위가 매우 크고, 인터넷 중독과의 차별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