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 2세 실상 알린 김형률씨 유고집 나왔다

김남중 기자 2015. 5. 12. 02: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반핵인권에 목숨을 걸었다'.. 생전 일기·메모·기고문 등 수록

국내에서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가 대물림되고 있지만 이 사실조차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원폭 피해자 부모들로부터 후유증을 물려받은 2·3세들이 국내에 2000여명 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제 숫자는 그보다 최대 1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해 후유증을 숨기고 있다.

김형률(사진)씨는 2002년 '커밍아웃'을 통해 국내 '원폭 피해 2세'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히로시마 피폭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김씨는 어릴 때부터 온갖 병치레를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그의 병명은 '선천성면역글로불린결핍증'. 원인은 원폭이었다.

김씨가 '원폭 2세 피해자들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후 많은 원폭 피해 2세들이 자신의 원인 모를 병이 원폭 후유증임을 깨달았다. 김씨는 이들과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결성하고, '한국 원자폭탄 피해자와 원자폭탄 2세 환우의 진상규명 및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쳤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원폭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원폭 2세들의 인권을 위해 애쓰다 2005년 3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김씨의 10주기를 맞아 유고집 '나는 반핵인권에 목숨을 걸었다'(행복한책읽기)가 출간됐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일기와 메모를 비롯해 기자회견문과 강연문, 기고문, 정부 기관 등에 보낸 의견서, '원폭 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 보고서 등을 수록했다.

이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됐다. 저자 아오야기 준이치(66)씨는 일본의 평화운동가로 2001년 부산에서 고인을 처음 만난 이후 교류를 이어오며 그의 운동을 지원해 왔다.

아오야기씨는 한국어판 후기에서 "김형률의 반핵인권사상은 반핵뿐만 아니라 원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한 본질을 간파해 탈핵을 향했고, 원폭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갈 권리=인권'이라는 주장을, 문자 그대로 목숨 걸고 주장했던 점에서 그 선구성과 특필할 만한 의의가 있다"고 썼다. 23일 김씨의 10주기 추모제가 부산 민주공원기념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매년 열리는 추모제에는 일본인들도 참석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