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꽃입니다, 시들지 않는 '사람꽃'

박진영 기자 2015. 5. 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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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입양한 3代에 '봉사명문가상' - "갈수록 늘어나는 손주 보면 즐거워" 82명 맡아 기른 위탁모엔 '동백장' - "아이 보내는 날은 밥도 안들어가"

"제가 살던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은 광산 지역이라 형편이 어려운 아이와 홀로 사는 노인이 많았어요.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그 어려운 아이들을 입양해 기를 수 있었습니다."

8일 서울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열린 '제68회 세계 적십자의 날' 기념식에서 이이순(67) 봉사원의 가족 3대(代)가 적십자총재가 주는 '올해의 봉사명문가상'을 받았다. 1994년 적십자 봉사원으로 가입해 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지금까지 11명의 아동을 위탁받아 돌보고, 6명의 아이는 아예 입양해 길렀다. 이날 상을 받은 이씨는 "친자식 5명까지 치면 자식만 22명에, 손자·손녀는 11명"이라며 "식구가 외식 한 번 하려면 식당 테이블 대여섯은 기본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사위를 맞기 전에 '며칠 동안 씻지 않은 독거노인을 우리와 같이 목욕시킬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이씨는 "20년 전에 위탁받아 키웠던 아이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휴가나 명절에 찾아오곤 하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손주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이씨의 딸 김현미(46)씨도 어머니와 같은 해에 적십자 봉사회에 가입해 독거노인을 돕기 시작했다. 지금도 조손(祖孫) 가정 전담 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현미씨의 세 자녀인 이휘서(19)·이은서(17)씨도 적십자봉사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이영서(15)군은 청소년적십자(RCY)에서 활동 중이다. 적십자 관계자는 "이이순씨 삼대가 봉사한 햇수를 더하면 36년에, 봉사 시간은 총 1만3816시간이나 된다"고 했다.

이날 이이순씨 외 23명이 '희망컨설턴트 표창'을, 서서울생활과학고 김영달 교사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경기지역 정명득 봉사원 등 2명은 세월호 침몰 사고 구호사업 유공으로 적십자사 총재 표창을 받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9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입양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송일례(63)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는 등 21명을 포상한다. 4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김순임씨와, 3명을 입양하고 입양가족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든 이설아씨는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입양자조모임 강원지역 대표 곽균수씨와 국외 입양인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손혜주씨, 요보호 아동 330명을 돌봐온 이월섭씨 등은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아기는 꽃이에요, 시들지 않는 사람꽃. 아기 웃는 걸 보면 늙지 않아요."

입양을 앞두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모로 활동해 온 송일례씨는 23년 동안 82명의 아이를 만났다. 그중에는 심장 기형이 있거나, 호흡 곤란을 겪는 아이 등 병원을 수시로 오가야 하는 아이도 35명이나 있었다. 세심하게 보호하면서 전문적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아기들을 데려다 정성껏 돌보고, 집에서 먼 전문 병원까지 치료받으러 다니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1985년 옆집에서 들려온 '의문의 아기 소리'에 끌리듯 찾아가 이웃 아주머니로부터 '위탁모'에 대해 알게 된 송씨는 그 길로 위탁 아동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에게 온 첫 아기는 미숙아였지만 반년가량 돌보자 포동포동 살이 올라 미국으로 떠났다. 송씨는 "그 아기의 이름과 얼굴, 몸짓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아기가 미국 가던 날 남편과 나, 두 아이 모두 밥도 못 먹었다"고 했다. 구순구개열을 앓던 아기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입양 부모와 함께 찾아오기도 했다.

송씨는 지금도 16개월 된 남자아기를 보살피고 있다. 100일이 채 안 돼 송씨에게 온 83번째 아기는 현재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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