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에 신발 벗어주고 맨발로 병원까지 호송한 女警

전주/김창곤 기자 2015. 5.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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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상처투성이 맨발이셨어요. 밤새 차갑게 식은 발부터 덥혀드려야 했습니다."

실종 19시간 만에 하천 풀숲에서 찾아낸 치매 할머니 길모(84·전북 진안군 주천면)씨의 맨발에 새내기 여순경은 주저 없이 자신의 양말과 신발을 신겼다고 했다. 임용 9개월째인 최현주(26·진안경찰서·사진) 순경이 병원 마당에서 맨발로 할머니를 옮기는 영상은 3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최 순경은 지난 28일 오전 7시쯤 출근하다가 "치매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의경 1명과 함께 4시간여 수색 끝에 오전 11시 30분쯤 용담호 상류 풀밭 구덩이에 웅크린 채 쓰러져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인근에서 수색하던 동료 경찰들에게 무전으로 즉시 알린 뒤 500여m 떨어진 곳에 대기하던 경찰 헬기에 할머니를 태워 함께 전북대 병원으로 향했다.

최 순경은 헬기에 오르자마자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탈진한 할머니에게 신겨드렸다. 할머니를 찾은 직후 긁히고 멍든 발에 자신의 양말과 신발을 신기려 했으나 할머니가 응해주지 않았다. 의경이 할머니를 둘러업고 달릴 때도 신길 수 없었다.

최 순경의 맨발은 헬기 부기장이 찍은 영상에서 뒤늦게 발견돼 전북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랐다. 최 순경은 "나도 모르게 한 일이었다. 주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경찰로서 당연한 일 아니냐"며 쑥스러워했다.

최 순경은 전북대 화학과 휴학 중이던 작년 8월 경찰에 임용돼 진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해왔다. 학교와 복지시설이 주요 근무 현장인 그는 할머니를 찾은 당일도 청바지에 간편한 재킷 차림이었다. 길 할머니는 지난 27일 오후 4시 14분쯤 집을 나갔고, 그날 밤 11시 30분 실종 신고됐다. 할머니가 28일 오후 가족 품에 안길 때까지 최 순경은 병원 응급실에서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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