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재판 동행 '첫사람'을 아시나요

이지수 2015. 4. 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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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소속 활동가들이 진술권 보장 등 꼼꼼하게 살펴 2차 피해 없도록 법률적 지원..가해자측 "사생활 침해" 주장..재판부가 수용해 쫓겨나기도

"혼자서 성폭행당한 내 아이의 재판을 지켜본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때 '첫사람'이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성폭행당한 어린 딸과 함께 힘든 재판을 이어오던 A씨는 '첫사람'을 만난 뒤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첫사람'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법률적 지원을 해주는 모임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소속으로 대학생·시민활동가·주부 등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2일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을 마친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첫사람'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청사 로비에서 첫사람 홍보물을 펼쳐보이고 있다.한국여성민우회 제공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도 힘들지만 재판을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A씨는 "법정 방청석에 앉아 가해자의 뻔뻔한 변명을 듣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첫사람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67건의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도왔다. 최근에는 성폭력 관련 재판에 무작위로 들어가 감시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첫사람 활동가들은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지,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권이 보장됐는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 재판 과정에서 다른 형사 피해자에 비해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첫사람의 기본 인식이다.

A씨는 28일 "첫사람 활동가들이 재판부의 행동과 말투 등을 지켜봐 준 덕분에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며 "재판부는 물론 가해자 변호인들도 재판 과정에서 언행을 신중하게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 B씨는 "경찰과 검찰,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갈 때마다 매번 기억을 더듬어 진술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며 "첫사람의 응원과 위로 덕에 그 순간들을 겪어내고 나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첫사람 활동가 장윤정씨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고압적인 재판 분위기가 피해자를 주눅 들게 할 수 있다"며 "피해자 전화번호가 노출돼 가해자 측으로부터 합의해달라는 '협박'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방청석에서 피해자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첫사람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 모니터링에 참석했던 첫사람 활동가들은 재판 1분 만에 법정을 나서야 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이 "성폭력관련 단체가 법정에 와 있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면서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담당 판사는 어느 단체인지 묻지도 않은 채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활동가 C씨는 "가해자 측의 비공개 재판 요청이 받아들여진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가해자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면 법원에서 열리는 모든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활동가 D씨는 "법정에서 난동을 피운 것도 아닌데 우리를 내보낸 조치는 공개 재판주의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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