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 장악한 이유? 서로 소통했기 때문"

이한수 기자 2015. 4.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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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펴낸 서양사학자 주경철 서울대교수] "인도 면직물에 충격 받아 영국서 산업혁명 일어나.. 국가, 자신감 있을 때 개방적"

인간은 처음부터 생태계 최강자는 아니었다. 인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그저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를 훔쳐 먹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현존 인류는 지구를 장악한 종(種)이 되었을까. 서양사학자 주경철(55) 서울대 교수는 인류 문명이 발전한 이유를 소통과 교류에서 찾는다. 주 교수는 "큰 맥락에서 보면 인간 역사는 전 지구적인 소통과 교류의 역사다. 인류는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뒤섞이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미 16~18세기 전 지구적 해양 네트워크를 분석한 '대항해 시대' 같은 묵직한 연구서 외에도 일반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책을 꾸준히 내왔다. '문명과 바다'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등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맛깔나는 문체로 풀어썼다. 이번에는 문명의 흐름을 소통과 교류라는 관점에서 파악한 교양서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산처럼)를 냈다.

영국의 산업혁명도 교류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다. 주 교수는 "17세기까지 순면 제품이 없었던 유럽은 바닷길을 통해 인도의 최고급 면직물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영국은 면직물을 자체 생산하려고 했지만 인도처럼 손재주가 있는 게 아니어서 결국 기계화를 통해 해결하려 했고 이것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교류의 깊이와 정도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바이킹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영국을 약탈한 것은 사실의 일부일 뿐이다. 이들은 서쪽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해 살았고, 러시아를 지나 흑해 연안 지역과 비잔티움 제국과도 교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시아 지역까지 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부터 근대 초기까지 유럽에서 가장 고귀하고 값비싼 푸른색 염료는 바다를 건너왔다는 뜻의 '울트라마린'이라고 부른다. 청금석(靑金石)이라는 광물을 갈아서 만드는데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다. 중세 이탈리아 상인은 이 염료를 해상 운송을 통해 수입했고 예술가들은 성모 마리아나 예수의 옷처럼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그림에 이를 사용했다. 소와 말 같은 동물의 사용, 면화·포도주 같은 의식(衣食) 생활도 모두 소통과 교류의 산물이다. 주 교수는 "문명 교류는 신성(神聖)과 정치, 경제와 군사, 교역과 폭력 등 다양한 요소가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국가든 민족이든 자신감이 있을 때 개방성을 갖게 됩니다. 방어적이기만 하고 소통과 교류가 없으면 쇠락합니다." 주 교수는 "최근 일본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방어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주 교수는 "아내가 이제 이런 책(교양서)은 그만 쓰라고 한다"며 웃었다. 다음엔 '마녀 사냥'에 관한 본격 연구서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를 위한 작업도 계속된다. "서양사 책을 딱 한 권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요. 15~19세기 유럽사를 큰 시각으로 보는 표준 개설서를 낼 생각입니다. 깊이 있으면서 재미도 있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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