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대통령이었지만.. "내 직업은 농부"

입력 2015. 4. 25. 03:05 수정 2015. 4.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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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송병선 김용호 옮김/400쪽·1만6000원·21세기북스

[동아일보]

애완견과 함께 서 있는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 21세기북스 제공

책을 보는 내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나아가 '정말로 이런 인물이 현존할까, 과장된 미화는 아닐까'란 의심마저 생긴다. 그만큼 책 속에서 드러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80)의 모습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검소했고, 헌신적이었으며, 진정성이 가득 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칭호를 얻은 무히카의 일생을 담은 전기 형태의 평전이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12km 떨어진 파소 델라 아레나 지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비롯해 196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로 활동하던 시절, 정신적 동반자인 아내 루시아 토폴란스키와의 만남, 1970년부터 시작된 13년간의 독방 수감, 1990∼2000년대 상원의원, 농축수산부 장관, 2008년 대통령 선거 등이 세밀히 펼쳐진다.

이 책의 장점은 생생함이다. 우루과이 소설가인 저자는 6개월간 매주 수차례 무히카를 만나 2∼3시간씩 인터뷰했고 책 중간 중간에는 무히카의 육성을 그대로 옮겼다. 육성 인터뷰 부분은 파란색 글자로 적혀 있어 읽기 편하다.

무히카의 정치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우루과이 인물사전 속 그의 프로필이다. 직업란에는 '농부'(화초 지배인)라고 적혀 있다. 하원, 상원, 장관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는데도 무히카는 공식 프로필에서 자신을 농부라고 강조했다. "나는 항상 땅에서 일했다. 많이 일하거나 조금 일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땅에서 일하는 것을 멈춘 적이 없다.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직접 트랙터를 몰아 밭을 갈고, 화초를 재배한다. 대통령 궁을 노숙인에게 내주고 월급의 90%를 기부했다. 지금도 낡아빠진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탄다. 시민들은 그를 '대통령'이란 호칭 대신 '페페(pepe·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1999년 우루과이에서 출간된 이 책의 한국어판에는 원서에는 없는 무히카의 유년, 청장년 시절을 담은 각종 사진, 무히카 어록 80개, 2012년 리우 연설, 유엔 연설 전문, 무히카와 친분이 있던 최연충 전 주우루과이 대사와의 에피소드가 추가로 담겨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설사 미화된 측면이 있을지라도 무히카가 지향해온 '더불어 잘사는 세상'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그는 정치인이 아닌 철학자 같다. 무히카의 성공 요인과 한계 등 대통령으로서의 무히카를 집중적으로 다룬 또 다른 전기 '조용한 혁명'이 다음 달 출간되는 등 무히카 조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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