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삐딱해도 마음 따뜻하면 通해"
29세 직장인 손동현〈사진〉씨는 작년 여름부터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손씨의 지방시'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의 일·생활·사랑이 주제인데 반응이 대단하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인 '좋은글봇'의 팔로어가 65만명이 넘고, 페이스북 등에서 운영하는 개인 페이지 팔로어도 1만명이다. 글 쓰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출판사 열 곳에서 출판 권유를 받았다.
손씨는 지난달 그동안 올린 글 가운데 230편을 추려 책 '어른은 겁이 많다'를 냈다. 일주일 만에 온라인 서점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가 됐고, 서점에는 재고가 없을 정도다.
그의 글은 삐딱하지만 따뜻하다. 이런 식이다. '나름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별볼일없는 인생이 되었다. 귀하신 너를 만나고부터.'(사랑의 상대성이론) '동물은 사냥할 수 있는 사냥감만 쫓는다. 만약 자꾸 똥파리가 꼬인다면 네가 똥일 수 있어.'(오늘도 헌팅당해 힘들다는 친구에게) 그는 "직접 용기를 북돋는 착한 글보다는 숨겨진 못된 본심, 추한 생각들을 꼬집었다"며 "그걸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준 것 같다"고 했다.
'손씨의 지방시'라는 필명은 무얼까. "온라인에 글을 써 유명해진 하상욱씨는 '서울시'를 쓰잖아요. 저는 순천 출신이니까 '지방시'라고 써야겠다 생각한 거죠."
손씨는 '글쓰기'와 거리가 멀었다. 지방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했고, 완독한 소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뿐이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취업에 실패하고 상경해 창업에 손을 댔다가 사기당하고 빚도 졌다. 빚을 갚으려고 낙향해 막일을 했지만 아직도 매달 100만원씩 갚고 있다. 그는 월셋방에서 구형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올린다. 그는 "그래도 나처럼 일과 사랑에서 고전(苦戰)을 거듭하는 20~30대 심정을 대변한다 싶어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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