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꿈꾸는 김동한 "바둑판에는 장애가 없다"

정아람 입력 2015. 4. 23. 00:27 수정 2015. 4. 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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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바둑대회 2연패6살 때 시작, 공식 기력은 아마 6단"바둑도 패럴림픽 같은 혜택 필요"

1993년 2월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부모는 아이에게 '김동한(金桐漢)'이라고 이름 붙였다. 큰 오동나무처럼 단단하게 자라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정밀검사 결과 아이의 오른쪽 무릎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으면서 아이는 평생 다리를 절게 됐다. 두 다리의 길이도 같지 않았다. 자라서는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동한이가 여섯 살 되던 해, 병실에서 아들을 지켜보던 부모는 이 아이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바둑돌을 쥐여주었다. 몸이 아닌 머리로 정면 승부를 펼치라는 의미에서다. 이때부터 바둑판은 동한이의 가장 큰 놀이터였다. 한국기원 연구생까지 했던 동한이는 장애인 바둑기사의 1인자가 됐다. 최초의 장애인 프로기사를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18일 열린 제11회 서울시 장애인 바둑대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 했는데.

 "장애인 바둑대회에 나가면 내 나이가 어린 편이라 쉽게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들 하신다. 하지만 시니어 기사 중 실력이 센 분이 많다. 쉽게 우승을 자신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기원 공식 기력은 아마 6단이다. 바둑 사이트 사이버 오로와 타이젬에서 각각 아마 7단, 아마 9단이다(둘 다 가장 높은 등급이다)."

 - 기력이 상당하다.

 "여섯 살에 바둑을 시작해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계속 바둑 공부를 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기원에서 연구생을 지냈다. 연구생 나이 제한인 만 18세에 걸려 연구생을 그만뒀다."

 - 연구생을 그만 둘 때 많이 아쉬웠겠다.

 "당연히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게 바둑이고 내가 좋아서 한 거라 바둑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또 바둑과 관련된 직업이 프로기사 말고도 다른 게 많다는 걸 알고 계속 바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바둑이 좋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승부가 좋다. 몸이 불편하지만 바둑판에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싸울 수 있다. 바둑판 위에서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면서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 현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3수를 해서 명지대 바둑학과 14학번으로 입학했다. 3월에 다리 수술을 해서 현재는 휴학 중이다. 또 연구생 자격으로는 출전할 수 없었던 각종 아마 바둑대회에 활발히 도전하고 있다."

 - 아마 바둑대회에 나가면 성적은 어떤가.

 "92회 전국체전 학생부 은메달, 32회 장애인체전 금메달을 땄다. 또 제15회 이창호배 4강 진출, 2013 올레배 아마 대표 선발, 제42기 하이원 리조트배 명인전 아마 대표 선발 등의 성적을 거뒀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여전히 프로기사가 되는 게 첫째 목표다. 일반인 입단대회가 어렵다면 포인트를 채워서라도 입단하고 싶다(입단 포인트 100점을 채우면 입단 가능하다). 2013년 올레배, 2014년 명인전에서 포인트 10점씩 받았다. 100점을 언제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꼭 입단하고 싶다."

 - 입단하면 장애인 최초의 프로기사다.

 "그렇다. 아직 장애인 프로기사가 한 명도 없다. 전국 장애인 바둑협회 현명덕 회장님도 내가 프로기사가 되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될 거라고 말씀하신 적 있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아직 장애인 기사가 한 명도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체력이다. 장애인 대부분 체력이 일반인보다 약하다. 보통 바둑은 머리 싸움이라 몸이 불편한 게 크게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취미로는 크게 상관없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체력이 좋지 않다는 건 마이너스다."

 - 현재 입단 시스템에서 아쉬운 부분은.

 "올림픽에 패럴림픽이 있듯 바둑에도 장애인 기사들을 위한 혜택이 있으면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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