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 실천하려 56세에 공무원됐어요"

신현우 기자 2015. 4. 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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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50대 늦깎이 사회복지공무원 이정대씨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피플]50대 늦깎이 사회복지공무원 이정대씨]

"누군가에겐 친구, 누군가에겐 아버지로 노숙인을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작은 것으로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봉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작은 나눔이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사회복지공무원(주무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정대씨(57·사진)의 말이다. 이 주무관은 서울 성동구청 자활주거팀에서 근무하는 2년차 사회복지공무원이다.

하지만 여느 2년차 공무원에게 있을 듯한 풋풋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27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다 퇴직, 50세 넘는 나이에 사회복지공무원시험에 도전, 합격한 노장이어서다.

이 주무관은 8년 전 떠난 해외 봉사활동이 이 같은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2007년 중국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방문한 곳의 환경이 40년 전 우리나라 모습과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릴 적 보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걸 또한번 느끼게 됐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나이에 20~30대도 힘들어하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들과 함께 국어·영어 등을 공부, 시험 준비 1년 만에 당당히 사회복지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노숙인 스스로 도움을 거부하는 것에 이 주무관은 아쉬움을 보였다. 이 주무관은 "공부·봉사 모두 하려는 의지와 더불어 몸에 밴 습관이 문제인데 술에 의존하는 노숙인이 많다"며 "자활을 돕기 위해 (노숙인을) 시설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지만 술을 금지하는 시설을 거부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숙인은 대부분 40~60대지만 간혹 20~30대 젊은층도 있다. 자식들과 또래인 만큼 안타까움이 크다"며 "최근 30대 중반 남자가 노숙한다는 신고를 받고 만나봤다. 처음에는 시설로 가지 않으려 했으나 몇 차례 만남을 갖고 설득해 지금은 누구보다 자활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지인들이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해보자는 제안을 해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 주무관은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흔쾌히 응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시설을 운영하다보면 이윤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봉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작은 나눔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부, 보여주는 행사만이 봉사가 아니다. 작은 마음이 모여 움직이면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며 "불경기, 가속화하는 고령화 등으로 봉사의 손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각장애인과 산책을 하는 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날따라 비가 너무 많이 와 안전을 이유로 행사를 취소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장애인들이 산책을 꼭 가길 원해 비를 맞으며 산책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것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현우 기자 hw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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