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할 수 있는 봉사부터 시작합시다"
"나중에 큰 봉사를 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장애인 정책의 개선 같은 제도적 보완에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부산 광도한의원 강병령(54) 원장이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았다. 그는 두 다리를 못 쓰는 지체 1급 장애인이다. 강 원장은 12년 전 만든 시민단체 '희망을 여는 사람들'과 장학회를 통해 소년소녀가장과 같은 불우 청소년을 돕고 있다. 그간 지원한 청소년이 4000명에 이른다. 8년 전에는 대한장애인요트연맹을 창설해 장애인도 바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했고 국가대표도 15명이나 배출했다. 또 연주회 수익을 난치병 어린이 돕기에 쓰는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의 공연 준비도 사비를 털어가며 돕는다.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은 무료로 치료해준다. 그는 "나도 인생의 고비마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며 "그 은혜를 조금씩 갚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 원장은 두 살 때 홍역을 앓으면서 찾아온 소아마비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사춘기, 목발은 쇠사슬처럼 가혹했다. 그는 "'나는 장애인'이란 생각에 친구도 사귀지 않았고,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고교시절 흥사단에 들어가면서 차츰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새로 사귄 친구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들어줬고, 지금도 큰 힘이 된다. 그는 동국대 한의대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에도 장애의 벽은 높았다. 받아 주는 한의원이 없어 백수로 지냈고 개원할 형편도 아니었다. 마산의 약초상에서 일하며 여관에서 자기도 했고, 부산의 한 사찰이 운영하는 한의원이 문을 닫자 다시 실업자가 된 적도 있다. '이제 다 끝난 건가'하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데 여신도 한 분이 자기 건물에서 한의원을 해보라시더군요. 개원 준비 소식에 친구·선배들이 찾아와 도배해주고 한약장을 보내준 분도 계셨어요". 그는 "많은 분이 도와주셨고, 시설도 변변찮은데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셨다"며 "더 성심껏 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강 원장은 2년반 전에 계단에서 넘어진 후 목발도 아닌 휠체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면서 장애인 이동권의 절박함을 재삼 체득, '이제부턴 행동으로 장애인을 돕자'는 생각에 장애인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을 만들었다. 그는 "장애인의 사회 진출 확대와 효율적 예산 집행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의 한의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 지은 건물에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부인 강경희 박사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연구소'도 들였다. 아이들의 자폐·행동장애·발달장애 등을 일찍 발견해 제대로 치료하고 가르치기 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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