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첫 치과 면허 딴 여의사 "남한서 새 생명 얻어.. 평생 도우며 살것"
[동아일보]
"대한민국에 평생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졌습니다."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새터민 치과의사 이송현 씨(44)는 지난 일을 생각하며 눈물을 계속 훔쳤다. 간경변을 앓던 이 씨는 올해 1월 이 병원에서 아들로부터 간 이식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남편은 같은 병으로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이 씨와 남편은 북한 최고 의학교육기관 중 하나인 평양의대를 졸업한 엘리트였지만 2006년 탈북해 남으로 왔다. 2008년 새터민으로는 최초로 국내 치과의사 면허를 따며 대한민국에 적응했다. 하지만 병마가 부부를 덮쳤다. 이 씨는 "나와 남편이 B형간염 보균자였는데, 당시 남편이 간염이 악화돼 간경변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남편은 배와 가슴에 물이 차 생명이 위태로웠고, 간 이식만이 살 길이었지만 기증자를 찾기 어려웠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나이가 어려 간 이식을 할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로커를 통해 중국 기증자를 찾았지만 거액의 소개비를 사기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자 필리핀으로 갔지만 또 사기를 당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9년 10월 남편은 숨을 거뒀고 치료비 등으로 1억 원이 넘는 빚만 남겼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씨에게도 찾아온 간경변으로 복수가 차고 비장이 커져 골반까지 내려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지만 병을 숨기고 치과 의원에서 격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일하던 치과의 원장 소개로 서울아산병원 측과 연결이 됐고, 16시간의 대수술 끝에 아들 간의 60%를 이식 받아 현재 건강을 회복했다. 아들도 현재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수술비와 치료비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지원했다.
이 씨는 "아들에게 요즘 '장가갈 준비는 네가 하라'고 한다"며 "대신 저는 앞으로 돈을 벌어 아픈 사람들 도와주고, 환자를 대할 때도 항상 더 좋은 의사가 돼 이 고마움을 꼭 갚겠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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