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잘 살아보세'는 70년대식 .. 모두를 만족시키는 나라는 없다

신준봉 2015. 4.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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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속으로] '행복 대한민국' 연구, 이재열 서울대 교수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 틀 변화출산율·고령화·사교육비 등 문제국가가 한방에 해결할 묘수는 없어복지·교육·취업 기회 고른 덴마크사회의 질, 행복지수 모두 세계 1위우리사회 노동·복지 투명성 높여야

출산율 세계 최저(1.18명),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 사교육비 세계 최고(서울 일반고 1인당 월 42만원), 해외 이민율(국적 포기자) 아시아 최고(이상 2013년 통계), 복지 지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규모(2011년)….

 숫자로 표현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산적한 문제를 풀 뾰족한 대책이 있을까.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54) 교수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국가가 뭘 어떻게 해서 한 방에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 교수의 주장은 "아예 문제를 풀 수 있는 묘수가 없다고 고백하고, 거기서부터 국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거다.

 이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시스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소장을 지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한국 사회의 질적 전환을 모색하는 연구를 2009년부터 해왔다. 9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 사회가 또 한번 도약하려면 '사회의 질(Social Quality)'에 주목해야 한다는 기획이다. 고도성장과 민주화라는 과거의 발전 패러다임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한다. 잘살게 됐지만 불행하다고 느끼고, 민주화됐지만 실제 민주주의의 뿌리는 허약한, 이른바 풍요와 민주화의 역설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거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미래학회의 '덕산포럼'에서도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의 질 향상이 한국 사회 발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대 사회과학동 이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추가 인터뷰를 했다.

 -삶의 질이 아니라 사회의 질이다.

 "90년대 중반 유럽의 사회학자들이 고안한 비교적 최신 개념이다. 개인적 차원의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를 재는 척도로 사회의 질을 제안했다. 나는 그들의 개념을 우리 실정에 맞게 좀 수정했다. 사회의 질을 '한 사회가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다룰 수 있는 사회의 제도적 역량과 시민적 역량의 총합'으로 규정했다. 그런 부분들을 살펴 사회의 질이 높은지 낮은지 따져보자는 거다. 사회의 구성원 보호 기능, 개인의 능력 향상에 필요한 장치도 사회의 질 평가 대상에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사하나.

 "덕산포럼 발표를 위해 사회의 질 관련 지표 19개를 선정한 뒤 OECD 회원국 가운데 30개 나라의 2005∼2011년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특히 이를 2013년 유엔이 조사한 행복지수와 비교해 사회의 질과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 간의 상관관계를 따졌다. 19개 지표는 크게 복지 역량(상대적 빈곤율·노조조직률 등 4개), 구성원들의 결속 정도를 따지는 사회응집성(언론 자유·인터넷 사용자 비율·투명성 등 7개), 교육·일자리 제공 역량(남성고용률·여성고용률 등 4개), 정치 참여(제도에 대한 신뢰·투표율 등 4개), 이렇게 네 분야로 나뉜다."

 -결과는.

 "역시 사회의 질이 좋은 나라가 행복 순위도 높았다. 사회의 질 점수가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1위인 덴마크는 행복지수도 1위였다. 한국의 사회의 질(33.8점)은 28위, 행복지수는 세계 41위다. 독일(55.5점)과 일본(46.5점)은 각각 14·26위, 23·43위로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19개 지표를 번갈아 가로·세로축으로 삼아 다양한 좌표 조합을 만든 뒤 각 좌표상에서 각 나라의 위치를 확인하면 각국 사회의 질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점이다. 가령 복지 역량을 가로축으로, 교육·일자리 제공 역량을 세로축으로 삼을 경우 한국은 사각형 좌표 면에서 가장 왼쪽에 치우쳐 있는 멕시코 바로 다음에 위치한다. <그래픽 참조>

 이 교수는 "그런 사회의 질의 차이는 구성원들의 경쟁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사각형 좌표 면의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덴마크의 경우 복지제도가 잘돼 있고 교육·취업의 기회가 충분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과감하게 창의성 경쟁을 벌이는 반면 복지가 허약하고 교육·취업 기회가 충분치 못한 한국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위험 회피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 호환성'이 사라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도적 호환성은 한 분야의 정책이 다른 분야 정책들과 충돌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가령 70년대에는 '잘살아보자'는 일념 아래, 정책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서로 조정해 가며 사회가 굴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노인 문제를 풀기 위해 정년을 늘리면 새로운 일자리 공급이 줄어들어 청년실업이 악화되는 현상이 그런 사례다.

 그렇다면 사회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뭘까. 이 교수는 "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사회 효율성과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과감한 복지 투자, 투명한 복지 전달 체계,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S BOX] "세월호 처리, 20년 전 판박이"

이재열 교수는 한국 근로자 50만 명의 임금 자료를 분석한 일종의 '빅데이터' 연구로 19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근로자 임금이 노동력의 수요·공급이라는 경제적 조건뿐 아니라 기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조직 내 규칙'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사회 조직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 관심의 연장에서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의 원인을 시스템과 조직의 실패에서 찾는 작업을 해왔다.

 세월호 1주기 얘기를 꺼내자 그는 "20년 전 대형사고 처리 때와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며 개탄했다. 문제 조직 해체에 이어 피해자 보상 등 법적 절차까지, 사고의 교훈을 잊는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얘기다.

 특히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처리 과정을 예로 들었다. 여야가 즉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합의해 과학자들의 기술적인 조사보고서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과학자들이 사고 반복을 막는 시스템 손질 방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세월호 사건을 한국사회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 정부와 정치권, 학계가 참여하는 안전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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