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움직이는 母女.."인종·여성 유리천장 안무섭죠"

2015. 4.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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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전무 제니주·美굴지로펌 그레이스씨 인터뷰영어못해 침묵하던 딸에.."'네가 더 우월' 자신감 심어줘늘 선택권주고 지지해주던 어머니 덕분에 힘냈죠

화창한 봄날, 미국 LA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모녀가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았다. JP모건의 자산관리 부문에서 일하는 미국 500명 직원 중 유일한 한국인 전무인 제니(Jenny) 주 씨와 미국 굴지 로펌인 밀뱅크트위드에서 유일한 한국 여성인 그의 딸 그레이스(Grace) 씨다. 모녀는 함께 미국 사회에서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두 겹의 유리천장을 돌파하고 있다.

주 전무의 팀은 유명인사를 포함한 거액자산가 자산 1조원을 관리 중이다. 한국 동포 다수가 고객이라 그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한국을 자주 찾는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기업 CEO나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나 얻은 지식을 고객서비스에 활용한다"며 "이렇게 터득한 경제동향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짜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녀는 "고객을 개인으로 보기보다 2세, 3세로 이어지는 '가족' 개념으로 보고 모든 것(투자·세금·상속)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접근 덕분에 고객이 신규 사업을 할 때도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럽계 해운사들이 어려운 한국 조선사에 선박 발주를 도모하는 작업 뒤에도 그녀가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쿠바 제재가 풀리면서 고객들의 자산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케이맨군도를 들러 글로벌 경영자들의 동향을 점검하기도 했다.

딸인 그레이스는 연간 2조원가량의 금융 딜을 다룬다. 지난해 의사와 결혼해 단스테드라는 성을 얻은 그녀는 글로벌 악기회사, 종합격투기 회사 인수·합병(M&A) 및 복합리조트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자연스레 한국 기업과 상대할 일이 많아지자 앞으로 더 많이 한국을 방문해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모녀는 먼저 언어소통의 장벽에 부닥쳤다. 하지만 '나는 미국인들보다 언어 하나를 더 하니까 내가 더 우월하다'는 자신감으로 돌파해냈다. 딸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아예 입을 떼지 않았다. 학교에서 어머니를 불렀다. '혹시 언어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어머니는 딸에게 '네가 더 우월하니 걱정마라'고 했다. 약 한 달 뒤 학교에서 어머니를 또 불렀다. 이번엔 '제발 그레이스가 말을 그만하게 해달라'고.

그레이스는 "동포 중 아이비리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미국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 전무는 두 딸을 데리고 LA 비벌리힐스의 고급주택가와 빈민가를 들렀다. "선택은 너희 것이라고 해줬어요. 마치 매트릭스 영화에 나오는 빨간약과 파란약의 스토리처럼, 네가 꿈꾸는 삶을 살 것인지 그냥 지금 그대로 살 것인지 선택을 하라고요." 그레이스는 "어머니는 늘 선택권을 줬고, 우리의 선택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민을 가면 그 순간부터 한 살이다'라는 말도 되뇌였다. 아이들과 자신이 같은 나이라 생각하고 무엇이든지 함께 하고 함께 배웠으며 태권도 '검은띠'도 같이 땄다. 함께였기 때문에 모녀는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신현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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