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함께 겪는 어려운 순간, 의지와 힘이 되는 책 만들어요

고은경 입력 2015. 4. 8. 15:38 수정 2015. 4. 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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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전문 1인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가 최근 출간한 '개 피부병의 모든 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동물 전문 1인 출판사. 그나마 잘 팔리는 귀엽고 따뜻한 동물 사진을 담은 에세이 대신 유기동물, 동물쇼, 펫로스(반려동물과 이별에 대한 슬픔)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더구나 요즘 대세인 전자책도 내지 않는다. 어디를 봐도 돈이 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2004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24권의 동물 전문 책을 냈다. 10년 넘게'책공장더불어'를 이끌고 있는 김보경(46) 대표다.

동물 관련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의 책들 가지고도 출판사 운영이 가능할까. 김 대표는 "이미 반려동물 인문서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대신 농장, 실험, 전시동물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관련 책을 낼 때도 반려인의 책임감을 높이거나 사료, 피부병 등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차별화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처음부터 대중적인 책을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2년간의 준비를 걸쳐 2006년 출간한 첫 책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20년간 동물과 소통했던 내용을 담은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번역본이다. 잡지사 기자로 10여 년간 근무하던 중 그는 키우는 강아지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찾아봤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것이 없었다. 원서로 이 책을 발견하게 됐고 국내에도 이런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지 않을까 하며 1인 출판사를 차렸다. 번역부터 편집, 마케팅까지 혼자 담당하며 출간한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 달 만에 2,000권을 추가 인쇄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1만6,000권이 팔렸다.

이후 '채식하는 사자 리틀타이크' '치료견 치로리' 등을 출간하며 꾸준한 독자층이 생겼고 이후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등 소수의 독자층을 위한 책들을 발간했다.

"10년 전이면 이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20여권이 넘는 책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매출 균형을 맞춰주고 있어서 예전보단 부담감이 덜한 측면이 있어요.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출판사가 아니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책들을 발굴하고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가 전자책을 내지 않는 이유는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고 필요한 순간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도록 서가에 꽂혀있는 책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다소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위해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또 적용해 보는 독자들을 겨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피부병이 있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개 피부병의 모든 것'을 출간한 데 이어 암에 걸린 노령견들을 위한 책, 동물에 대한 연민을 다룬 에세이도 낼 예정이다.

"처음부터 동물을 버리겠다 마음먹고 입양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반려인이 임신을 했을 때 등 동물을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쉬운 결정을 하게 될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 마음을 다잡게 하고 힘이 되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글·사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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