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하나씩 이뤄지는 것 같아 즐거워요"
"오페라는 자세를 어떻게 하든 항상 얼굴을 객석 쪽으로 돌리고 노래를 부르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은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아예 뒤돌아서 불러도 되는 거예요. 동선이 다른 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7일 만난 소프라노 임선혜(39)의 얼굴엔 채 피로가 가시지 않았지만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낼 땐 무척 신이 나는 듯했다.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서 바로크 음악 거장(巨匠)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바흐 '요한 수난곡'을 공연하고 막 귀국한 그는 오는 2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는다. 임혜영·김순영과 트리플 캐스트다. 오픈된 티켓 중 임선혜의 출연분이 이미 동이 나 가까운 친구들도 "표가 없다"며 발을 구를 정도다. 국내 초연인 '팬텀'은 유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전혀 다른 뮤지컬이다.
임선혜는 세계 '고(古)음악계의 디바'로 통한다. 바로크 음악 분야에서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정상급 성악가로 선 그가 뮤지컬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주변에서 '그 임선혜가 너 맞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은 건 미국 뉴욕에 있던 작년 5월이었어요."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이 역할은 꼭 당신이 해야 한다'며 이메일을 보내고 끈질기게 권해 조금씩 끌렸다. "대본을 보니 '오페라의 유령'보다 이야기의 폭이 깊었어요. 클라이맥스가 여러 번 나오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제가 이 작품의 새로운 레퍼런스(준거가 될 만한 공연)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조건은 '끼와 깡과 꿈이 다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번 일이 바로 그랬다는 것이다. 이미 2017년까지 스케줄이 차 있는 그는 7월 26일까지 계속되는 뮤지컬 공연 기간 중 세 차례나 해외에 갔다 와야 한다.
서울대 성악과에 다니던 1990년대 중반 아르바이트 삼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코러스 녹음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 무대에 나서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카이·박효신과 남자 주인공 팬텀 역으로 캐스팅된 류정한은 오랜만에 상봉한 대학 선배다. "목소리가 아주 좋은 선배였는데 이젠 뮤지컬계에서 스타가 돼 있더라고요. 연습실에서 저를 보곤 '야, 네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했어요."
극 중 발레리나인 벨라도바 역엔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이 나온다. "주원씨하고는 2013년에 같이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성악과 발레를 함께 공연하는 실험적인 무대였는데, 뮤지컬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임선혜는 "클래식을 하든, 뮤지컬이나 가요를 하든, 어떤 장르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게는 배울 게 있더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솔로 음반을 내고 방송 프로그램 진행도 맡은 그는 "꿈이 하나씩 이뤄지는 것 같아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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