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김동규 LDP무용단 대표 "실험, 계속하겠다"

이재훈 입력 2015. 3. 29. 06:31 수정 2015. 4. 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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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LDP(Laboratory Dance Project)무용단은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으로 통하다. 붉은색 로고에서 엿볼 수 있듯 열정적이고 저돌적이다.

2001년 창단 이후 이용우, 김영진, 김성훈, 김판선, 차진엽, 이인수 등 현대무용계의 간판 무용수들이 활약했다. 이선태, 안남근, 윤나라, 류진욱, 임샛별 등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이름을 알린 무용수들이 현재 몸담고 있다.

LDP무용단 제5대 신임대표로 선출된 현대무용가 김동규(35) 씨는 최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기자를 만나 "무용단 이름에 실험실(Laboratory)이 포함된 것에서 보듯 처음처럼 계속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무용단의 명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좋은 레퍼토리를 만들면서 단순히 노동이 아니라 신선한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단원들이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LDP무용단은 무엇보다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졌다. 무용단과 관련된 모든 일이 약 30명 단원들의 투표와 토론으로 결정된다.

김 신임 대표 선출 역시 LDP 무용단원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그는 무용과 안무 실력, 경력, 팀의 발전 기여도, 융화력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에서 예술사와 전문사를 받은 김 대표는 미국 최대 규모의 무용축제인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에 국내 처음으로 공식 초청되는 등 국내외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3년 이 단체에 합류했다.

"저희들은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이 방식이 신선한지 몰랐다. 선배이고 나이가 제일 많아 지지를 해주는 것 같다. 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민주적인 소통 방식이 작품을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소통이 부족하면 안무자가 일방적으로 주입하게 된다. 그런데 소통을 하면 무용수들이 안무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안무를 익히는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으니 춤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안무자에게 무용수들의 피드백도 더 늘어나니, 작품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혼자 그림을 그리고, 무용수들에겐 설명만 했다. 그런데 작년 8월 즉흥적으로 작품을 함께 만든 적이 있는데 무용수들의 다양한 생각이 서로 부딪히면서 나오는 힘과 감정의 시너지가 대단하더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엄청났다. 그 이후 혼자서 하려는 욕심을 덜게 됐다."

LDP무용단은 이와 함께 새 단원들을 뽑을 때 인성을 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시 민주적으로 단원을 선발한다. 대표뿐 아니라 단원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한다. "개개인의 인성이 다르기 때문에 인성 자체를 보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우리 단체랑 어울리는 사람인지 확인을 위해 긴 시간동안 인터뷰를 진행한다."

LDP무용단은 한예종 무용원 출신들이 주축이다. 이로 인해 한예종 출신만 뽑는다는 오해도 받는다. LDP무용단 입단을 위해 일부러 한예종에 입학하는 무용수들도 있다."우리가 동문 단체로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7~8년 지나고부터 오디션을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2009년 처음 외부 무용수가 들어왔고 이번에 들어온 신입 단원은 이화여대 출신이다. 우리는 우리 단체에 색깔을 흡수당하는 무용수를 원하지 않는다. 각자 개성으로 시너지를 내주길 바라니까. 지금은 오히려 한예종 출신이라는 것이 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 선배들이 많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4년 동안 오디션을 보는 셈이니까."

LDP무용단은 4월 4~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새로운 작품인 '12㎒'(안무 김판선) & '그레잉(Graying)'(안무 신창호)을 선보인다.

'12㎒'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리' '파장' '진동'을 담은 작품이다.12명의 무용수가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나타내는 12개의 주파수가 돼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신체와 물체의 감각과 감정의 소리를 온몸으로 표현하게 된다. 류진욱, 안남근, 이선태, 임샛별 등이 출연한다.

'그레잉'은 '근육의 움직임과 파격적인 에너지 활용'을 키워드로 한다. '노화'라는 뜻의 제목을 염두에 두고 신체의 변화, 삶의 순환 등을 파고든다. 류진욱, 이선태, 안남근 외 윤나라, 강혁, 김성현, 임종경, 천종원이 나온다.고급공연장으로 유명한 LG아트센터가 국내 무용단의 공연을 온전한 작품으로 선보일 수 있게 무대를 제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아트센터 공연은 LDP무용단의 목표였다. 5년 전부터 갈망하던 공연이다. 초연 작품들이라 굉장히 부담이 되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후 6월 이탈리아 밀라노 페스티벌, 7월 미국 디트로이트 초청공연, 12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초청공연 등의 해외 공연과 지방 무용수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국 투어 공연도 예정됐다.

"해외 투어는 멀리 갈 뿐 다른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처럼 똑같이 공연한다. 올해는 지방에서도 많이 공연한다. 현지 무용인들이 지방을 대표하는 무용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공연이 많은데 무용수들은 불만이 없다. 개인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다만, 한국에서 무용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아직 힘들다. 다른 무용수들을 위해서라도 정당한 공연료를 받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싶다."

우선 9월 4~6일 대학로 예술극장대극장에서 열리는 LDP 정기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을 비롯한 무용수들의 역량을 총동원한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실험적인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다"며 눈을 빛냈다. "순수 예술을 지향하던 LDP무용단이 대중적인 무용단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은 LDP무용단의 수많은 면 중 일부라는 점이다. 보여줄 것이 많다. 초기의 실험 정신을 항상 되짚어 가겠다."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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