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결실 맺은 열아홉 첫사랑

박일근 2015. 3.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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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으로 가며 기다려 달라던 남자, 양안관계 회복되자 다시 만나 결혼

대만 이주 수속 중 남편 아쉽게 숨져

열 아홉 살 때 만난 첫사랑의 약속만 믿고 40여년간 기다렸다 결국 결혼에 성공한 한 중국 여인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발행되는 누하일보와 하상일보 등에 따르면 허난성 린잉(臨潁)현이 고향인 싱위롄(邢玉蓮)은 19살이던 1949년 지인의 소개로 자오궈성(趙國盛)을 알게 됐다. 싱위롄은 한 살 더 많은 자오궈성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두 사람 모두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았다고 여겼고, 자연스레 양쪽 집안에선 혼담이 오갔다. 그러나 1949년말 자오궈성이 갑자기 대만으로 가게 돼 두 사람의 결혼은 이뤄지지 못했다. 자오궈성은 싱위롄과 헤어지며 "꼭 돌아올 결혼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대만으로 간 자오궈성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였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 양안(兩岸)의 왕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40년이 지났지만 싱위롄은 그를 기다렸다. 자오궈성에게 연락이 온 것은 1989년 어느 날이었다. 당시 양안 관계가 회복되며 교류가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싱위롄은 이미 59세가 돼 있었다. 자오궈성은 고향을 찾아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된 첫사랑 싱위롄을 보자 "잘 지냈어?"라고 말했고, 싱위롄은 "전 괜찮아요, 당신은 어때요?"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조심스레 서로의 결혼 여부를 물었다. 그리고 모두 상대방을 기다리며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1993년 자오궈성이 다시 고향 친척들을 만나러 왔을 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혼인 신고까지 했다. 자오궈성은 매년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싱위롄과 함께 지내다 돌아갔다. 이후 자오궈성은 싱위롄에게 대만으로 함께 가 살 것을 제안했다. 싱위롄은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싱위롄을 대만으로 데려가기 위한 수속을 밟던 중 1999년 자오궈성이 숨을 거둔다. 44년 만에 결혼에 성공했지만 두 사람은 결국 함께 사는 꿈까지는 이룰 수 없었다.

자오궈성은 싱위롄에게 편히 살다 오라는 유언과 함께 10만위안(현재 환율 약 1,800만원)을 남겼다. 16년 전 10만위안은 아파트 한 채는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로 큰 돈이었다. 그러나 10년 전 싱위롄은 이 돈을 이웃에게 빌려준 뒤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싱위롄은 현재 매월 260위안(약 4만7,000원)의 최저생활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85세가 된 싱위롄 할머니는 "자오궈성은 정말 잘 생기지 않았어요?"라며 두 사람의 결혼 증명서를 자랑스레 들어 보였다(사진)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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