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원하는 건 상식 수준의 연민

홍상지 입력 2015. 3. 26. 00:18 수정 2015. 3. 2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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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A4 반 장 감옥 종신형 사는 암탉 분만틀에 갇혀 젖 먹이는 돼지 .. 사육환경 개선, 결국 사람에게 이득

'너희 개고기 반대 운동 끝나면 수고했다고 삼겹살 먹으러 가지?'

 동물보호 운동 16년차. 동물자유연대 조희경(54·사진) 대표는 사람들의 수많은 비판과 비아냥들을 감수해야 했다. 자원봉사 차원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생업이 됐다. 현장에서 본 동물들의 눈망울이 잊혀지지를 않았다. 동물병원 지하에서 맞닥뜨린 실습용 개, 애견센터로 넘겨질 새끼들을 평생 낳다 생을 마감하는 어미 개, 몸에 꼭 맞는 틀에 갇힌 채 새끼들 젖을 먹이던 돼지, A4 반 장만 한 공간에서 알을 낳는 닭… 참혹했다. '그래, 이제부터 너희들을 위해 살아갈게'라고 다짐했다.

 최근 조 대표는 자신의 16년 동물보호 운동 이야기를 담은 책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를 펴냈다. 동물보호가들이 점점 세대교체돼 가는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요즘에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과 동물원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바쁜 나날들을 보낸다고 했다.

 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 행당동 동물자유연대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안에 있던 개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짖어댔다. 늘 동물보호 단체와 일반인 사이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주인공들이다.

 -'개 식용을 금지하자'는 동물보호 단체들의 주장은 매번 논란이다.

 "우리가 개 식용은 금지하면서 회식으로 치맥(치킨·맥주)을 즐긴다는 소문도 있더라.(웃음) 개 식용을 금지하자는 건 단순히 '개는 우리의 친구'라는 정서적 측면만을 강조한 주장이 아니다. 그 어떤 죽음도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은 없다. 다만 개는 소·돼지·닭 등 다른 가축류에 비해 다루는 과정이 폭압적이고 잔인하다. 민첩하고 공격적인 습성 때문에 기회만 되면 사람을 물 수 있어서다. 자기들끼리도 잘 싸운다. 그래서 우리에 넣을 때 거의 옴짝달싹 못하도록 구겨서 집어넣는다. 인도적으로는 단체 사육할 수 없는 동물이다."

 이 답변을 듣고 며칠 뒤, 미국의 한 동물단체가 한국의 식용견 57마리를 입양 목적으로 이주시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 대표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좋은 취지였겠지만, 외국 단체가 이런 일을 벌이다 보니 '왜 한국의 식문화도 모르면서 나서느냐'는 반발이 심했다"며 "국내 단체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반발할 것이 아니라 '왜 국제적으로 개 식용 반대 의견이 계속 나오는지' 짚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가축들도 열악한 환경인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 한 돼지 사육장에 들른 적이 있다. 분만틀에 갇힌 돼지와 그런 어미의 젖을 맹렬히 빠는 새끼 돼지들의 모습은 흡사 '집단 폭행'의 광경이었다. 양계장에서 알을 낳는 암탉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갓 낳은 계란들이 한쪽으로 모이도록 닭들이 사는 철망 바닥은 살짝 비탈져 있다. 이런 바닥에 평생 발을 딛고 살다 보니 발이 쉽게 상하고, 매일 알을 낳느라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데 운동은 못하니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전부 살처분이다. 이때 드는 비용이 또 막대하다. 그 비용 반의 반이라도 동물들의 환경 개선에 썼더라면 어땠을까. 단순히 동물에 대한 연민이 아닌, 경제적인 측면에서 봐도 훨씬 효율적이지 않나."

 -책 제목인 동물에 대한 '아주 상식적인 연민'은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이 '나, 아파' 이러면 '어머, 아프겠다'라는 연민이 생긴다. 동물도 그렇다. 똑같이 고통스러움을 느끼고, 아픔을 느낀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보자는 거다."

 '당신은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요?' 조 대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러면 그는 "동물보호는 우리가 이용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라고 답한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린 동물들을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귀여운 동물들이 보고 싶다며 동물쇼에 가고, 값이 싸다며 육류 가공품을 아무거나 사먹죠. 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물 학대에 가담하고 있는 행동들이에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는 게 어떨까요. 예를 들면 계란 하나를 고르더라도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달린 계란을 선택하는 것?"

 아 참, 그는 삼겹살도, 치맥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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