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美치다] 주민센터 같은 우리네 법정..'민낯' 보며 그렸지요

입력 2015. 3. 19. 07:38 수정 2015. 3.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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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이정아 기자] 2012년 10월 말 경북 경주시 대구지방법원. 매일 아침 어김없이 재판장에 오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한 판사가 물었다.

"뭐 하는 사람이오?"

이 남자는 그림이 빼곡한 수첩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법정 만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 달 간 거의 매일 대구지법과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던 네이버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해츨링(본명 김양수ㆍ33) 작가. 그가 마주한 '진짜' 법정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판사는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서류를 넘겼고 변호사는 민원인처럼 행정업무 처리를 기다렸다. 동네 주민자치센터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법원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말인데…. 제 웹툰 재미 없지 않아요?"

멋쩍게 웃으며 작가가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의 웹툰에는 항상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는 어느 변호사와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으로 연기하면 재밌겠다'는 열혈 독자의 댓글이 달린다. 시나브로 봄기운이 완연한 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0여 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달로 2주년을 맞은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해츨링 작가를 만났다.

▶ "만화는 독자를 싣고…"= 주인공 조들호는 검사 시절 거대 로펌 대표의 사위가 돼 출세 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그는 상사의 부조리한 비리를 고발한다. '조직의 배신자'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는 아예 타지 않는 게 낫다"며 일침을 날리는 배짱 두둑한 조들호는 약자 편에 선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다. 그의 이름도 '들판의 호랑이'란 의미의 들호다.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거창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일부 보수적인 누리꾼들이 '좌(左)들호'라고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석해주면 영광이죠."

법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웹툰이란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하는 독자를 태우는 기차 같은 게 만화다. 세상사 이면에서 복잡하게 얽힌 사연에 스토리를 덧입혀 그리는 게 만화가라면, 어떤 게 정의이고 어떤 게 부조리인지 해석하는 건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번쯤 바라볼 수 있는 웹툰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법정 이야기를 다룬 웹툰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 완성되지 않은 '정의'=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에서 식스센스급 반전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법정물이라기보다 약자인 서민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변호사 조들호의 이야기에 가깝다.

"땅 위에 발이 살짝 떠 있는 것이 드라마(Drama)라면, 저는 땅을 밟고 선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큰 줄기의 이야기는 기획한 대로 전개하지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작은 스토리에서는 리얼리티를 담아내려고 했죠."

그래서 형사 판결보단 민사 판결에 대한 에피스드가 많다. 가령 조들호가 조직폭력배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 조항을 일일이 열거하며 할머니가 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300만 원을 대신 받아내는 식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당장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사연이다.

"자기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겪는 차별과 불편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치부하면 이 사회는 나아지는 게 없지 않을까요. 정의는 인류가 추구하는 지향점이지만 정의가 아직 완성된 건 아니잖아요."

▶ 법과 거리가 멀었던, 30대 청년= 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만화가가 되기로 마음을 다시 먹는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렸을 적 꿈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의정부시 제일시장 안에 '동네 변호사' 카페를 차린 이미연 변호사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됐다.

"이거다 싶었어요. '동네 변호사'라는 모티브를 여기서 따온 거거든요. 그런데 법에 대해 잘 모르니까 일단 인터넷 커뮤니티에 무작정 글을 올렸죠. '만화가인데 법 관련 만화를 그릴려고 하니 살려달라'고요."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100개 정도의 글을 남겼는데 박진희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만이 작가에게 연락을 해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꼬치꼬치 캐묻는데 흔쾌히 답을 해줘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박진희 변호사와 법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작가의 후배 조채진 씨는 사소한 용어의 정리부터 작가가 구상한 작품의 내용에 대한 법리적인 자문을 지금까지 맡아주고 있다. 작가는 법학과와 거리가 먼 디자인과를 전공했다.

▶ 에필로그=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무엇인지 물었다. 작가가 1초 만에 대답했다.

"'헌법 19조' 편에서 쌍용자동차인 '티볼리'가 등장했는데 그걸 알아봐 주는 독자가 있었어요. '동물원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 편에서 씨월드(Sea World)가 나오는데 일부러 'a' 자가 안 보이게 해서 '세월(Se World)'로 느껴지도록 한 적도 있었는데, 그것도 어느 분이 찾아냈죠. 티가 잘 안 나게 그렸는데도 독자분들이 찾아내시는 게 대단해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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