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삶은 커다란 숙제..1분 1초도 헛되이 쓰지 마세요"

이해성 2015. 3. 1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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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보폭 넓히는 금난새 뉴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총감독 클래식계 '혁신의 아이콘' 청중을 사랑하는 시장주의자 서울예고 교장으로 '혁신 지휘'

[ 이해성 기자 ] '마에스트로' 금난새 뉴월드(옛 유라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총감독·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사진)가 활동 무대를 미국 뉴욕에 이어 유럽으로 넓힌다. 금 감독은 오는 9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유로아시안 뮤직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첫 유럽 진출이다. 금 감독은 "슬로바키아는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만 아직 개척이 안 돼 잠재력이 큰 나라"라며 "클래식이 확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5 한경 신춘음악회' 리허설을 준비하던 그를 만났다. 그는 최근 '모든 가능성을 지휘하라'는 책을 내놨다.

청중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산업에 대한 감이 뛰어난 시장주의자인 금 감독은 '점잔 빼는' 국내 클래식계에서 돈키호테로 불린다. 1992년 KBS 교향악단 지휘를 돌연 그만두고 수원시향으로 이적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개척자로 살아왔다. 11년째를 맞은 제주뮤직페스티벌, 울릉도 음악회, 동대문시장 음악회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공연은 대부분 매진이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 청중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또 시·도 자금 지원을 받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달리 기업 후원을 유치하는 '자력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왜 음악계 사람들이 청중에게 관심이 없을까요. 교수 돼서 철밥통 차는 게 최고 목표니까.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돼요. 사회 전반적으로 정체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리더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회사와 조직은 최고경영자(CEO) 수준 그대로 따라갑니다."

금 감독은 2013년 10월부터 출신 학교인 서울예고 교장을 맡아 음악·미술·무용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융합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1년에 3일(입학식, 졸업식, 개교기념일)만 출근해도 좋으니 학교장만 맡아달라'는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의 삼고초려 끝에 승낙했다. 금 감독의 혁신 덕분인지 서울예고는 2015 입학연도 서울대 수시모집에 92명을 합격시키는 큰 성과를 거뒀다. 연봉은 모두 장학금용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음대에서 지휘 공부를 6년간 할 때 스승님께 레슨비를 준 적이 없어요. 한국은 완전히 반대인데 국내 예술가들에겐 꽤 톡톡한 수입원이자 적잖은 지하경제입니다. 안타까워요. 독일에서 진 빚을 우리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형의 죽음에 따른 충격 때문이다. 그가 누구보다 존경했던 형은 외국 유학 도중 귀국해 군 복무를 하다 베트남전에 파병됐고, 거기서 사고로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유학생이면 군대 안 가려고 다들 난리인데 정직하게 살아서… 말이 안 되잖습니까. 삶이 대체 뭘까. 살아 있다는 게 정말 커다란 숙제구나, 1분 1초를 헛되이 쓰지 말고 내 삶의 주인이 돼야겠다는 사명감이 그때 생겼어요."

금 감독은 한국마사회의 협조를 얻어 기금을 적립, 농어촌희망재단을 세우고 남해 양구 등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중·고교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KYDO)를 꾸려 매년 대규모 연주회를 하고 있다. 비음악전공 전국 아마추어 대학생들로 구성된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KUCO)도 이끌고 있다. 저변을 끊임없이 넓혀 '음악 산업'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목표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사회 유행이 힐링, 위로였던 것 같은데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많은 젊은이가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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