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엄숙하다? 제가 한번 웃겨드리죠

김호정 2015. 3. 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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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다리 사이 활 끼우고 연주하기 등SNS 동영상 500만 건 조회 기록도'돈많은 노인 전유물' 편견 깨야죠

카메라가 리허설 무대에 선 바이올린 연주자를 향해 있다. 뒤에 오케스트라·지휘자가 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줄의 음정을 맞추기 시작한다. '삐익', 틀린 음이 난다. 그는 고심 끝에 다시 줄을 맞춘다. 이번에도 음정이 틀렸다. 고개를 갸웃하며 음정을 조금씩 올렸다 내렸다 하기를 여러 차례, "준비됐다"고 지휘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제 카메라가 무대 전체를 잡는다. 오케스트라 단원 절반이 악보 위에 엎어진 채 잠들어 있다.

 이 20초짜리 동영상의 주인공은 타이완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26). 시나리오·대본·섭외·연출·출연을 맡아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com/raychenviolinist)에 지난해 7월 올렸다. 첸이 웃기는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지금껏 50개 넘는 동영상을 업로드했고, 많게는 5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음원사이트에서 모은 팔로어가 150만 명이다.

 동영상의 목표는 무조건 웃기기다. 바이올린 하나에 연주자 셋이 들러붙어 연주하고, 연습실 울림이 안 좋다며 남들 샤워하는 곳에서 바이올린을 켜기도 한다. 큰 맘 먹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5초 후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리 사이에 활을 끼고 손으로 악기를 올렸다 내리며 연주하는 장난, 즉 클래식 연주자로서 금기에 가까운 행동도 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웃기기만 한 연주자 아닌가?' 그러나 첸은 2009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던 연주자다. 15세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고, 영콘서트아티스츠에 선발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패기 넘치는 정확한 표현, 날카로운 연주 스타일이 특징이다.

 이달 5일 전화 인터뷰에서 첸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웃기는 것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클래식이 돈 많은 노인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에 경외감을 가지고 엄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연장이야말로 웃길만한 소재가 많다"고 덧붙였다. 무대에서 심각한 연주자가 집에선 연습하기 싫어 괴로워하고, 무대 뒤 대기실에서 말춤을 추다 나오는 동영상이 그 같은 발상에서 시작됐다.

 기존 클래식 무대도 겁없이 비꼰다. 지휘자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독주자, 손가락 빨리 돌리기에만 골몰하는 연주자 패러디에는 날카로운 비판도 스며있다. 첸은 "연주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천재 스타일과 무대 뒤에서 만나면 껴안으며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은 연주자다. 지금까지는 전자가 많았고 존경받았지만 앞으로도 그래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첸은 다음 달 19·2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독주회를 연다. 18세기 모차르트부터 20세기 음악까지 장르·작곡가를 아우르는 7곡을 골랐다. 모두 무겁고 어려운 작품이다. 그는 "비디오 제작만 하는 코미디언이 아니라는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사실은 서울을 배경으로도 웃기는 동영상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Ray Chen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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